▲ 금융노조

현금수송업은 일종의 보안경비업종이다. 금융기관의 현금을 직접 보안차량으로 옮기는 일이다. 높은 보안의식이 요구된다. 국내에서 이 업계를 양분한 것은 한국금융안전㈜과 ㈜브링스코리아다. 한국금융안전이 앞서가고 브링스코리아가 뒤따르는 모양새다.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기 쉬운 두 곳의 노동자들이 최근 양쪽 경영진을 같은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노동자들의 공동행동 배경을 이해하려면 두 곳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는 김석(55)씨다. 한국금융안전의 최대주주는 지분 37%를 갖고 있는 청호이지캐쉬인데, 이 곳은 김씨가 2012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곳이다. 다시 청호이지캐쉬의 법원등기부등본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금융안전홀딩스㈜가 지분 58%를 갖고 있는 회사다. 이 금융안전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역시 김씨다. 금융안전홀딩스의 대표는 박아무개(78)씨로, 김씨의 모친이다. 3중으로 이뤄진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정점에 김씨가 서 있는 셈이다.

3중 구조로 한국금융안전 지배하는 김석 대표, 경쟁사 ‘실효’ 지배?

이 가운데 청호이지캐쉬와 한국금융안전에 이름을 드러내는 또다른 인물이 브링스코리아 현 이사인 박철민(54)씨다. 박씨는 에코맥스라는 업체를 통해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했는데, 이 에코맥스 임원 가운데 한 명이 김씨의 모친인 박씨다. 브링스코리아 인수 직후 사장으로 취임했다가 노동자의 반대로 출근조차 못하고 사임했던 이주홍(56) 전 브링스코리아 사장도 에코맥스 임원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리하면 김씨를 정점으로 한 일련의 회사들이 한국금융안전 인수 뒤 에코맥스를 통해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두 곳 노동자들이 김씨가 두 회사 모두를 인수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김씨와 박씨가 사실상 한 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반복적으로 이름이 등장하는 김씨와 박씨는 고교 동문이다.

두 인사는 노동자들의 고발장에 이름을 드러낸다.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와 관광서비스노련 브링스코리아노조는 지난 24일 두 인사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혐의는 업무상 배임이다. 지난 6월 브링스코리아가 청호이지캐쉬와 자동화기기 서비스 사업 관련 자산양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영업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자동화기기 보관 등 사실상의 채무를 승계하는 등 문제 있는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청호이지캐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경영이 어려운 브링스코리아가 무리하게 돈을 들여 사업권을 사 갔다는 얘기다. 이 계약이 가능했던 배경이 바로 김씨와 박씨의 친분, 그리고 지배구조에 있다고 본다.

경쟁사는 김 대표의 자본잠식 기업 사업권 인수하며 ‘출혈 감수’

실제 2019년 말 기준 청호이지캐쉬의 재무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8억원 초과해 차입금조차 상환이 어려웠고, 매출액도 전년 대비 45.6% 감소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만약 청호이지캐쉬가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국금융안전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김씨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씨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했다.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박씨와는 고등학교 동문이기는 하나 10여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이”라며 “2010년 국제변호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사업적 이유로 다시 친분을 쌓았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이번 고발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한국금융안전의 전국적인 수송망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어려움이 커지자 박씨가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해 독자적인 사업을 시도하려고 한 것”이라며 “자동화기기 서비스 사업 관련 자산양수 계약 역시 브링스코리아의 수송망을 활용한 유사한 사업을 하기 위해 박씨가 매수 의사를 전해 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한 몸이라거나, 인척이라는 둥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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