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IT설루션 전문회사인 코스콤이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내부 출신 전임 사장이 노동자 10명 중 9명의 반대에 부딪혀 연임에 실패한 뒤 선임된 외부 출신 사장이 이번엔 전문성 부재와 부당한 채용절차 논란에 휩싸였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콤 노사는 새로 선임한 홍우선 사장 선출 방식이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금융노조 코스콤지부(위원장 박효일)는 코스콤이 사장을 모집하면서 낸 공고에서 공개모집과 추천을 병기한 것은 사장 추천과 관련한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스콤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를 공고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모집하는 게 원칙이다. 이와 달리 코스콤은 언론 등을 통해 공고를 내면서 “공개모집과 추천을 병행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 4일 주주총회를 통과한 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할 계획이다.

“공개모집 응할 성의도 없는 인사를 모셔와야 하느냐”

박효일 위원장은 “기업을 이끌 사장을 헤드헌팅 추천을 받아 내정하는 것은 규정위반 소지가 다분한 꼼수고, 이런 인사가 결코 자본시장 IT기업의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개모집에 응할 정도의 노력이나 성의도 없는 누군가를 코스콤이 모셔와야 하느냐”며 “규정에 없는 방법으로 선임된 인사가 법과 규정을 이해하고 엄격하게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본업인 코스콤의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홍 사장에 대한 자질 문제도 제기했다. 지부는 “홍 내정자가 증권시장 IT설루션을 경험한 바 없는 문외한”이라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KIS 채권평가 사장과 한국채권연구원 연구위원, 나이스정보통신㈜ 대표이사, NICE신용평가 부사장 등을 지냈다. 박 위원장은 “증권시장의 일부에 불과한 채권을 경험했다고 증권시장 전문가를 자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증권시장 IT설루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코스콤의 특성상 IT 이해도가 부족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하다못해 금융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했다.

측근 비호·무리한 M&A 추진한 전임 사장
“서울대 학연 배경” 의혹도


지부가 홍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당초 지부는 정지석 전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 전 사장은 내부인사 출신으로 사장까지 됐지만 측근 인사 비호 의혹과 임기 말 HSBC펀드서비스 인수건을 두고 지부와 대립했다. 자산운용서비스를 회사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탑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부는 임기 말인 점을 감안해 중대한 의사결정을 차기 사장이 할 수 있도록 인수계획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이 HSBC펀드서비스 인수를 강행하고, 이후 코스콤 내부 임원이 HSBC펀드서비스 임원진으로 파견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사장 측근 임원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배석해 영향력을 키웠다는 게 지부 설명이다. 지부는 정 전 사장 임기 마지막 날까지 퇴진운동을 했다.
홍 사장은 이 같은 상황 속에 사장에 취임했다. 당초 평가에서는 후순위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전 사장의 연임이 어려워진 뒤 서울대 학연이 선임 배경이 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법률자문 받고 추진, 시작도 안 했는데 자질 비판은 지나쳐
한편 코스콤쪽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공정한 채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부의 규정해석과 자질문제 거론은 무리한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앞선 사장 모집 당시에도 추천을 병행했고, 법률자문도 받아 문제가 없다”며 “함께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라 자질이나 역량에 대한 비판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헤드헌팅으로 추천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선임 경위까지 파악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