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노동시간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변칙적인 야근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는 1일 오전 2020년 하반기 연구과제 최종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 금융경제연구소는 가계부채 관련 정부 정책 실효성 분석과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금융산업 내 효과분석을 발표했다.
금융권 정규직 노동시간 ‘167시간→161.7시간’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정규직 노동자의 월 총근로시간은 2010년 167시간에서 지난해 161.7시간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명목상 월 임금총액은 461만6천원에서 682만3천원으로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월 임금총액은 2010년 507만원, 지난해 650만8천원이다.
노동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연구를 담당한 현은주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018년 외부요인으로 하락한 노동생산성을 2019년 회복할 당시 근로시간단축으로 업무 집중도가 향상되고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질 영업수익을 총 임직원수로 나눈 노동생산성 분석에 따르면 2017년 노동자 1인당 영업수익은 18억7천970만원에서 2018년 14억5천780만원으로 하락했다가 2019년 17억2천640만원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이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부족했다. 되레 2015년 이후 금융산업 신규채용은 꾸준히 줄었다.
PC오프제 피해 다른 PC 쓰는 변칙 야근
신규채용이 줄면서 변칙적인 연장근로도 나타났다. 정해진 업무시간 이후 업무용 PC를 쓸 수 없는 ‘PC오프제’를 회피해 다른 PC를 쓰는 방식이다. 줄어든 초과근로시간 이면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연구 면접조사에서 “일찍 출근하고도 주 40시간을 맞추려고 근무지 밖에서 대기하다 출근시스템을 체크하기도 하고 오후 7시 이후 근무를 못하다 보니 집으로 남은 업무를 가져가 처리한다”며 “자택에서도 일을 하는 만큼 차라리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근무 외 시간으로 인정받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할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동시간단축에 찬성한다는 국책은행 노동자는 “영업목표와 인원 등 체계 시스템의 변화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인원은 늘지 않고 목표만 늘리면 변칙적 야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으려면 채용 늘리고 점포 폐쇄 줄여야
현은주 연구위원은 노동시간단축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규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 ‘투 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정부가 고용보험 비용 절감과 고용 장려금 등 재정적 지원을 통해 금융산업 사용자의 신규채용 동인을 높이고, 금융산업 내 중·고령자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의 시행 시기와 임금 삭감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속하는 금융권 점포 폐쇄 속도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은주 연구위원은 “국내은행 임직원수와 국내 영업점 점포수의 상관계수는 0.89점”이라고 설명했다. 1점에 가까울 수록 상관성이 높다. 현 연구위원은 “점포 폐쇄가 인원 감축으로 직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