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점포(지점·출장소) 통폐합에 나서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인근 점포를 집적화하고 일부 점포를 폐쇄하는 방안이다. 수년간 내방객이 줄면서 점포 운영 필요성이 감소했고,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조류에 발맞추기 위한 방향이다. 그러나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더욱 악화하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은행이 점포를 줄이면 장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전망이지만 은행권 노조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은행 “내방객 급감·영업 악화 회복 불가능”

30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의 국내 은행 영업점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월 말 기준 시중은행 점포는 3천659곳, 지방은행 점포는 913곳이었다. 점포는 분기마다 줄었다. 지난해 9월 말 시중은행 점포는 3천805곳, 지방은행 점포는 935곳이었으나 지난해 말 시중은행은 3천784곳으로 줄었다. 지방은행은 935곳으로 같았으나, 올해 들어 계속 감소했다.
은행은 연말까지 점포를 더 줄일 계획이다. 4대 시중은행에서만 점포 78곳을 통폐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를 폐쇄하는 것은 아니다. 통폐합 정책에 따라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바큇살 같은 조직망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거점점포를 바퀴의 중심축으로 두고 일선 점포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영업관리 기능은 거점점포에 집중하고 나머지 점포는 최소한의 창구만 운영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생존을 위해 점포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고 디지털화가 확산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점포의 영업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내방객 급감이 향후 회복할 여지가 없어 보이고 디지털 전환에 대한 수요도 크기 때문에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부를 우려가 크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은행의 점포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점포 폐쇄로 인해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등 금융서비스 과소 제공 우려 지역의 금융접근성은 심각하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력감소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까지 은행 점포 폐쇄가 직접적 고용감소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본점·신사업 등으로의 인력 재배치를 통해 기존 고용은 유지하되 신규 채용은 줄이는 현상이 은행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의 점포 줄이기는 생존전략이기 때문에 적정 점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은행 간 협의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인력 조정 없으면 노조 개입 어려워
“고령층·디지털 취약계층 피해 예상”


이 같은 상황에서 각 은행의 노조는 눈에 띄는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최근 점포 통폐합 계획을 내놓은 우리은행과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가 갈등을 빚는 양상이었으나 지부가 통폐합 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부 관계자는 “은행쪽이 내놓은 계획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점포 통폐합 필요성 등을 사용자가 강조하고 있어 충격을 완화하고 통폐합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두고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통폐합으로 지역의 점포가 줄어들면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어 노조의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력 구조조정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노조가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본적으로 점포 통폐합 등에 대한 판단은 경영자의 몫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한 노조에 알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훈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아직 점포 통폐합에 대한 영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노조가 개입하기에 이른 측면은 있다”면서도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지대해 보이는 만큼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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