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1일자 매일노동뉴스는 지령 7천호다. 국내 유일 노동전문일간지 매일노동뉴스는 1992년 PC통신으로 시작했다가 93년 5월18일 지면으로 전환했다. 그 뒤 지령 7천호를 맞기까지 곁에서 매일노동뉴스를 지켜본 이들이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월 출범한 편집위원회에 참여한 이들이다. 편집위원들은 매일노동뉴스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방향을 제시할까.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조건준·김준영·윤효원 편집위원에게 매일노동뉴스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듣는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와 정리는 연윤정 선임기자가 맡았다.
조건준 편집위원은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조직부장·금속산업연맹 조직국장·금속노조 단체교섭실장을 거쳐 현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준영 편집위원은 부천지역금속노조 사무국장·한국노총 부천지부 의장·한국노총 대변인을 거쳐 현재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윤효원 편집위원은 택시노련 간사·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월간 노동사회> 편집국장·민주노동당 국제담당·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국제화학에너지광산노련(ICEM)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를 거쳐 현재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세 편집위원은 오랫동안 노동운동 활동가·전문가로 활동하며 변화하는 시대를 빠르게 읽고 대응했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듣는다.
치열한 노동현장에서 받아 본 매일노동뉴스
사회 : 매일노동뉴스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조건준 : 매일노동뉴스를 처음 만들어 배포할 때부터 알게 됐다. 매일노동뉴스를 노동현장에서 읽게 했다. 현장에서 복사해서 나눠 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건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당시 울산현장에서 봤을 때다. 2000년대 들어 제 정파들이 매일노동뉴스에 고정칼럼을 썼던 것도 그렇다.
김준영 : 저 역시 노조활동을 시작할 때 매일노동뉴스를 봤다. 처음에 팩스로 받아 봤던 것 같다. 현장에서 돌려 봤다. 팩스 감열지를 안 떨어뜨리려고 열심히 갈았던 기억이 난다. 초창기에는 신문이라기보다 전국 (노조)소식지 중 큰 사건을 그때그때 보도하는 느낌이었다.
윤효원 : 저는 지면보다 사람을 먼저 알게 됐다. 1995년 21세기노사관계연구회라고 한국노총 소장파 실무자모임이 있었다. 매월 모임이 있었는데 학자나 정부 관계자, 기자들도 참여했다. 이때 처음 매일노동뉴스 기자들을 만났다.
사회 : 12월1일이면 지령 7천호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나 사건이 있나.
김준영 : 매일노동뉴스 기사의 대부분은 단독이나 특종 아닌가. 다른 매체에서 잘 안 받아서 그렇지.(하하)
윤효원 : 맞다. 다 단독이다.(하하)
김준영 : 개인적으로 2000년 5월 부천상담소 노동OK와 같이 전국사이버노조를 만들었는데 매일노동뉴스가 처음 소개해 줬다. 그걸 계기로 접속자가 늘고 다른 매체에서도 소개해 줬다. 사이버노조는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노동OK 상담에만 그치지 않고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까지 염두에 뒀던 거다.
조건준 : 격렬한 투쟁현장에서 매번 매일노동뉴스를 만났다.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를 둘러싼 신경전, 1996~1997년 노동법 날치기와 총파업,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파업,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사태,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77일간 농성 당시 대부분 현장에 있었다. 매일노동뉴스를 보며 흐름과 정세를 판단했다. 매일노동뉴스는 기사보다는 사건으로 기억한다. 매일노동뉴스 기사는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세계 유일 노동전문일간지 한국 사회 자산”
윤효원 : 그때는 매일노동뉴스밖에 정보를 얻을 데가 없었다. 저는 역시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이 난다. 1995년 봄 21세기노사관계연구회 출범식에서 (당시) 노회찬 매일노동뉴스 대표가 와서 떡을 잘랐던 기억이 난다.(하하)
사회 : 편집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준영 : 예전 한국노총 대변인을 하면서 매일노동뉴스 독자편집위원회를 했던 게 (편집위원 제안에) 더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매일노동뉴스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여겼다. 언론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경험은 없어도 내가 가진 것 중 도움이 될 것을 이야기해 보자는 차원에서 수락했다.
조건준 : 편집위원 참여 전인 지난해 말부터 매일노동뉴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솔직한 내부 사정을 접하면서 매일노동뉴스가 어떻게 운영돼야 할까 고민도 했다. 노동과 함께하는 유일한 전문일간지인데 잘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편집위원을 하면서 매일노동뉴스가 앞으로 30년 더 빛나는 매체로 가려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윤효원 : 매일노동뉴스에 오랫동안 칼럼을 써 오며 쌓은 인연으로 편집위원을 하게 됐다. 사실 떠밀리듯(?) 하게 돼 소감이랄 게 없다.(하하)
사회 : 매일노동뉴스는 국내 유일 노동전문일간지다. 세계 유일이라고도 하는데 맞나.
윤효원 : 세계 유일, 맞다. 노동에 초점을 맞춰 매일 뉴스를 생산하는 신문은 내 경험으로는 없다. 홈페이지에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 것도 드문데, 매일 20꼭지 남짓 기사와 칼럼을 쏟아 내는 매체는 매일노동뉴스가 국내외에서 유일하다.
조건준 : 매일, 노동뉴스를, 유니크한 판형으로, 28년이나 내 왔고, 노사정 전체를 매칭할 수 있는 ‘관계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노동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매일노동뉴스의 의미는 크다.
김준영 : 세계 유일 노동전문일간지라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외국은 내셔널센터 기관지 형태이거나, 홈페이지에 별도 소식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독립매체로 발간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못 했다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계에서 하나 있는 매체가 지속 가능할까. 지속 가능하려면 내셔널센터 기관지 형태로 전환해야 하나.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앞으로 찾아 나가야 한다.
윤효원 : 노조 기관지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매일노동뉴스는 ‘반시장·반노동·반조직’이란 특징이 있다. 시장에 들어왔지만 완전히 들어오지 않았고, 노동을 매개로 한 지향성이 있지만 운동은 아니고, (조직을 상대하지만) 조직에 낀 것도 아니다. 30년 가까이 버텨 오게 한 힘이다. 노조 기관지였으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집행부가 바뀐다고, 재정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이런 퀄리티를 일관되게 유지하기도 어렵다. 조직노동을 뛰어넘어 노사정과 시민사회까지 독자층을 다양하게 타깃으로 한 것이 30년 가까이 롱런의 토대가 됐다. 운동과 시장의 부침에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혁신’으로 탄생한 매일노동뉴스, 지금은 ‘레거시’
김준영 : 노사정을 아우르고 있지만, 사와 정이 매일노동뉴스를 보는 이유는 노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다. 중립적인 신문으로 매일노동뉴스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경총에서 매일노동뉴스에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노총 대변인 하던 내가 모든 경제지에 따졌어야 했나.
조건준 : 우리 세대가 살았던 시대는 위장취업·비합법·이데올로기 주장이 강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에 매일노동뉴스의 등장은 갑자기 노조운동을 객관적 합법적 공개적으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군사독재하의 비합법이 불가피했던 운동을 전혀 다른 운동형태로 탄생시켰다.
김준영 : 처음 매일노동뉴스를 본 느낌은 다른 정파 소식지와는 다르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형식은 새롭지만 (매일노동뉴스를 처음 만든) 그 정파(진보정당추진위원회) 의견이 조금 더 담겼다는 느낌이었다.
조건준 : 저는 초기 매일노동뉴스를 만든 (정파)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스케일과 발상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진정추 그룹이 사회주의가 망한 뒤 뉴테제를 만들어 제안하면서 비합법 조직에서 논쟁이 붙던 때였다.
윤효원 : 결국 그런 것들을 극복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기존의 틀에) 갇혀 있었다면 롱런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건준 : 매일노동뉴스가 혁명적 노동운동 시절 정보운동으로서 시작했다면,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직업으로서 일반화한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세 번째 단계에 와 있다. 뉴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매일노동뉴스는 레거시 미디어가 돼 버렸다. 다시 새로운 30년을 위한 에너지를 어디서 발굴하고,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윤효원 : 매일노동뉴스의 의미를 노동 관련 정보자원의 축적이란 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단순히 노사정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훌륭한 자산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를 잘 보존한 국립중앙도서관 같은 위치에 있다. 도서관에 축적된 정보와 지식을 잘 활용하게 하는 것은 매일노동뉴스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고, 노사정 모두 그런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시대변화에도 도전과 실험 없는 매일노동뉴스”
사회 : 요새 매일노동뉴스를 보고 있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윤효원 : 솔직히 말하겠다. 종이로는 안 본다. 온라인으로 본다. 매일노동뉴스만 그런 게 아니라 일간지·주간지 등 모든 종이매체도 마찬가지다. 종이로 보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김준영 : 지금도 종이로 보는 게 편하다. 매일노동뉴스는 출근해서 종이신문으로 본다. 한국노총 대변인할 때는 (종이로) 더 열심히 봤다. 종이로는 제목을 먼저 보고, 막 넘기다가 골라서 볼 수 있다. PC나 휴대폰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모니터로 보면 잘 안 보인다.
조건준 : 신생노조가 만들어지면 매일노동뉴스를 봐야 한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신문시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종이신문을 예전처럼 많이 보지 않는다. 다만 매일노동뉴스는 대중보다는 조직이나 간부가 많이 본다. 조합원들이 노조에 와서 펼쳐 보다 관심 있는 것을 본다. 신문을 만드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매일노동뉴스는 지금까지 기본적인 공정을 착실히 잘해 왔고, 전문성도 쌓아 왔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런 기본적인 저력을 잃지 않고 가되, 온라인·유튜브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전략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윤효원 : 종이로 읽는 사람들은 우리 세대다. 화면보다 종이가 익숙하다. 최소 5~10년은 종이매체가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종이매체가 사라지면 그릇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릇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운동을 온라인으로만 담기엔 아쉬움이 있다.
사회 : 신문시장 변화에 대해 짚어 줬다. 이런 변화 속에서 매일노동뉴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준영 : 종이신문의 경우 구독자수·구독률·열독률 이런 것으로 경쟁했다. 지금은 그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소비자의 요구가 있는데 안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매일노동뉴스의 진짜 소비자는 누구지? 그 소비 요구에 따라가야 한다.
윤효원 : 매일노동뉴스는 실험정신이 부족하다. 보수적이라고 하기보다는 게으른 게 아닌가 싶다. 게으른 게 (개개인들) 스스로 그런 건지, 아니면 조직문화가 소극적이어서 그런 건지, 매일노동뉴스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하다. 유튜브가 앞으로 미디어 대세가 될 것이란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링크를 건다. 그런데 언론사에 그런 링크마저 없다. 새롭고 화려하게 하기보다 있는 것을 더 잘 활용하면 된다. 홈페이지도 기계적으로 나열만 하지, 어떻게 재밌게 꾸미고 논쟁을 만들지 고민이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고생해서 구슬을 서 말 만들었는데, 의미를 덜 부여하는 느낌이다. 그런 게 하나의 문화가 된 거 같다. 점검해 가야 한다. 외부 신문시장 변화에 대처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매일노동뉴스는 참신한 방법으로 출범했다. 지금은 그런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없다. ‘아이 캔 두 잇’이 없다.

매일노동뉴스, 노동운동 ‘촉진자’ 역할 담당해야
김준영 : 변화하려면 내외부 충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있으면 매일노동뉴스도 금방 쫓아가지 않을까. 가장 강한 충격은 소비자 패턴 변화다.
사회 : 매일노동뉴스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주시고 있다.(하하) 매일노동뉴스는 재원과 인력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외적 환경에서 볼 때 매일노동뉴스 발전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준영 : 제한된 재원과 인력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무엇을 포기할지를 찾아야 한다. A를 하기 위해 포기할 것을 찾아야 하는데, 포기할 것을 찾지 못해 A에 대한 도전을 못하는 식이다. 빨리 포기할 것을 찾아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외부에서 돈을 왕창 갖고 오지 못한다면,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예컨대 유튜브를 한다면, 그 아이디어만 찾아서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사 안 써도 되니 하루 종일 유튜브만 뒤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묻는 그런 과정을 두 달 만이라도 가져 봐라. 아니면 답이 없다. 감각 있는 사람이 계속 찾다 보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조건준 : 돈과 사람이 없다고만 하면, 죽는 날까지 영원히 돈과 사람은 없다. 그런 구도를 깨야 한다. 구성원 전체가 익숙함에 빠져 있다. 익숙함을 두려워할 줄 알고, 낯선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익숙함을 두려워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변화의 에너지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방법은 여기저기 많이 나와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변화의 에너지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찾아야 한다.
사회 : 매일노동뉴스는 노동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와 노동운동의 어떤 관계여야 할까.
조건준 : 매일노동뉴스 기자들은 현재 직업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직업인을 우습게 볼 수는 없다. 프로들이 모여 있다는 말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처음 출발할 때 노동운동의 한 주력으로서 터닝해서 시대 변화에 맞게 합법적인 정보지로, 그리고 일반화한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어용노조나 민주노조 시대는 끝났다. 플랫폼 노동 등 노동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30년간 오면서 고리타분해졌다. 재벌대기업 지배체제를 비판하지만 노조를 보면 재벌대기업 체제에 놓여 있다. 새로운 개념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매일노동뉴스는 뉴스를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것 아닌가. 새로운 컨센서스로 가야 한다. 현재 매일노동뉴스는 뉴스 제공자로, 노조는 의리로 매일노동뉴스를 구독하는 관계에 있다. 그런 관계에서 터닝할 시점에 왔다. 매일노동뉴스는 새로운 개념을 설계하고, 비전을 보여주며, 새로운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한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 기자들도 직장으로서 매일노동뉴스를 넘어서는 마인드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윤효원 : 노동운동과 매일노동뉴스는 긴장과 자극을 주고받는 관계가 돼야 한다. 노동운동도 고리타분해졌다. 비슷한 기조의 성명을 내고 총파업을 한다고 한다. 긴장과 자극을 주고 파문을 던지고 도전해야만, 기분 나쁘더라도 매일노동뉴스를 읽게 되고, 노동운동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도 노동운동이 활성화하면 더욱 의미 있는 매체가 될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노동뉴스 주체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남을 긴장시키고 좋은 의미로 자극을 주려면, 내가 고리타분이나 매너리즘에 빠져선 안 된다. 일신우일신하면서 자기를 벼려야 한다. 개인들이 변화의 에너지를 발휘하고 조직도 그렇게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노동뉴스는 ‘남 탓’을 한다. 경영진 탓, 누구 탓…. 그러면서 (서로) 비판은 안 한다. 서로 좋게 좋게 지나가는 관계다. 그래서는 힘들다. 내부적으로 서로 긴장과 자극, 파문과 도전이 필요하다. 노동운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긴장과 자극을 안 준다. 도전도 안 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거기서 취재하는데 기자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겠나.
선택과 집중으로 변화하는 독자 확보해야
사회 : 그동안 편집위원회에서 많은 제안을 해 주셨다. 독자확보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준영 : 신입기자들에게 매일노동뉴스를 처음 만든 선배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가 많이 읽으면 사용자와 정부도 많이 읽게 되는 매체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왜 매일노동뉴스를 읽어야 할까. 과거 여기저기서 열심히 싸우고 어디서 노동자가 테러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가 가만 있으면 되겠어?’하고 연대하고 그랬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뉴스가 연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투쟁사업장을 소개할 때 연대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은 기사 말이다. 신입기자들도 그렇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런 점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연대가 많이 흐려진 노동운동 자체를 다 책임질 수는 없지만 단초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 더 나아가, 심층기사나 칼럼을 통해 노동운동이 반성할 점에 대해 짚어 줬으면 한다. 이런 주장도 있구나, 자기를 반성하게 하는구나, 하고 여기면 자꾸 읽게 된다.
조건준 : 매일노동뉴스는 이 시대 통념, 노동자가 가져야 할 통념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돼야 한다. 통념이란 서로 통하는 생각이다. 과거엔 ‘노동해방’ ‘평등세상’ 이런 거였다면, 요새는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노동존중 사회’가 있지만 말만 휘황찬란할 뿐이다.
이 시대 필요한 통념이 뭐냐. 매일노동뉴스는 현장을 다 누비고 다닌다.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한다. 곳곳에 들어가 다 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스스로 21세기 노동자가 노동시민이 갖춰야 할 통념을 만드는 데 우리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편집책임자·기자들은 각자 자기 수위에서 공동의 가치지향을 만들고, 무엇을 변화하고 어떻게 긴장을 만들어 낼지를 위해 싸워야 한다. 남 탓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윤효원 : 돈도 인력도 없고 바쁘더라도 그중 어느 것은 포기하고, 어느 것은 남기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누군가 변화의 에너지가 있어서, 내가 해보겠다, 남이 안 하면 내가 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매일노동뉴스는 ‘하지 마라’고 기를 빼는 분위가 아닌지…. 젊은 직원들이 직장인으로 왔든,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왔든, 좋은 의미에서 의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에너지를 조직발전에 잘 녹여 가는지 모르겠다. 내 선입견일 수 있지만, 동맥경화처럼 막혀 있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
조건준 : 독자확보 전략의 핵심은, 독자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위원회에서 누가 많이 읽고, 어느 플랫폼을 통해 읽고 있는지를 다루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독자들이 어떤지 항상 추적하고 들어야 한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전 성원에게 그런 점을 공유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 연대·희망 함께하며 30년 나아가길”
사회 : 매일노동뉴스가 지령 7천호까지 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나아갈 길에 한마디 조언을 해 주신다면.
조건준 : 제가 지난 편집위원회에서 매일노동뉴스에는 마인드·경험·사람·인프라·투자가 결핍돼 있는 ‘5무(無)’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5유(有)’라고 하고 싶다. 노동전문일간지를 만드는 데가 어디 있나. 여기 그런 마인드를 가진 매일노동뉴스가 있다. 취재하고 있으니 경험도 다 갖고 있다. 사람이 없나. 스무 명 넘는 사람이 일하고 있다. 인프라? 노사정 다 만나고 있지 않나. 돈 많은 독지가가 와서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등 투자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령 7천호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살아남은 역량이 있기에, 1만4천호까지 갈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꽤 된다는 사실을 아나. 매일노동뉴스 창간 기념식 하면 노사정이 다 오지 않나. 그런데 변화에 대해 두려워할 게 뭐가 있나. 그런 마인드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김준영 : 지령 7천호를 축하한다. 방금 계산해 봤다. 제가 노조 언저리에 있으면서 1만호는 못 볼 것 같다.(하하) 9천호 언저리까지는 버틸 것 같은데…. 1만호 꼭 보고 싶다. 매일노동뉴스는 7천호까지 오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에게 힘을 줬다. 신생노조를 만들어 싸우는데, 전태일 열사가 느꼈을 그 절망 속에서 가장 먼저 SOS를 치는 곳이 매일노동뉴스다. 조합원들은 드디어 매일노동뉴스에 나왔다고 힘을 받는다. 1만호 될 때까지 지금보다 더 큰 힘과 희망을 주는 매일노동뉴스를 생각하길 바란다.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이 되는 매일노동뉴스다.
윤효원 : 매일노동뉴스는 처음 기사 스크랩에서 시작해 조금씩 자체 기사를 생각하다가 100% 자체 기사를 생산하면서 여기까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그런 발전을 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매일노동뉴스는 서 말의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지, 인프라를 깔았는데 어떻게 그 위에 도로와 집을 지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자면, 비워야 한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선후를 가려서 가야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처음의 방법 자체가 참신했다. 아무도 안 다루는 주제를 갖고 충격파를 던졌다. 비우면 여유가 생긴다.
정리=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