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 보건의료위원회 공익위원들이 27일 오전 경사노위에서 의료 인력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했다. <경사노위>

“보건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유일한 논의체는 의정협의체가 아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업종별위원회인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인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가 27일 오전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정부와 의사 당사자 간 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합의로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위는 이날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보건의료인력 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제 마련을 위한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했다.

경사노위 합의 ‘무용지물’ 만든 사용자·정부

보건의료위는 지난해 10월31일 출범한 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종사자 노동환경 개선 등을 의제로 삼아 사회적 대화를 해 왔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계, 병원장과 병원협회 관계자,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사실상 가동을 중지한 상태이기에 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하는 명실상부한 공론의 장으로 꼽혔다.

논의는 순탄했다. 지난 8월13일 보건의료위는 노사가 참여하는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참여 위원 중 의사 관계자들이 보이콧하자 의사인력 확충에 긍정적이던 병원쪽도 기존 태도에서 선회했다. 정부도 사회적 대화에 힘을 싣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의대정원 확대 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후속대책은 대한의사협회와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의정협의체 구성 합의 후 정부측은 의사인력 확충이 주요 의제인 사회적 대화 논의는 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의대정원 확대 대책 수립 과정에도 경사노위 차원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서 의대정원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사회적 대화가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정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지시하면서 경사노위 차원의 논의는 사실상 종료됐다.

공익위원 “의대·간호대 정원 확대” 권고

보건의료위 공익위원 권고문은 8월 합의문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의정협의가 본격화하기 전 사회적 대화 논의 결과를 대내외에 공표하기 위해 발표했다. 공익위원들은 권고문에서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의사수인 3.5명으로 맞추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수는 1천명당 2.4명이다. 간호인력도 현재 3.8명에서 7.0명 이상이 되도록 간호대 입학정원 확충을 주문했다.

법정노동시간 준수 여부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과 모성보호 휴가·휴직제도 활성화를 위해 대체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처우로 의료인력이 빠져나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할 때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분을 반영하자고 제시했다. 이 같은 보건의료 정책을 정부와 의협 간 양자 대화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게 보건의료위 공익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윤 위원장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이 법적으로 제도화된 법정 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기구다.

보건의료위는 위원들이 논의기간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공익위원 권고안 발표를 끝으로 이달 말 1년간의 활동을 종료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