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아들의 영정을 품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광장에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정기훈 기자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앞두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김씨 죽음 이후 정부·여당이 발전소를 안전한 일터로 만들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급마스크를 지급한 것 외에 현장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없이 김용균 1주기 맞나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끔찍한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야간작업을 홀로 하다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달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가족이 참가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꾸려 요구한 끝에 정부·여당은 두 가지 굵직한 대책을 내놓았다.

당정은 올해 2월5일 김씨가 했던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상정비 분야에 대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하에 세부업무 영역을 분석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 근로자의 처우 및 정규직화 여부 등 고용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4월3일 국무총리 산하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는 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특별조사위는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업무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로 통합·재공영화하라는 내용의 22가지 권고안을 제출하고 9월에 활동을 종료했다. 발전산업 민영화 중단도 주문했다.

당정 발표와 특별조사위 권고는 김씨가 죽은 지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당정 발표에 따라 발전 5사와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분야에서 각각 노·사·전문가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동자들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을 요구했다. 사용자측은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라고 맞섰다. 민간위탁으로 운영 중인 경상정비 분야에서는 한전KPS로의 재공영화나 정규직화 논의는커녕 처우개선 문제로 노사가 갈등 중이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논의에 참여하는 전문가나 사용자가 당정 발표와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 여부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은 탓에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정부가 발전산업 구조변화 밑그림을 그리고 앞장서지 않으면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광화문광장에 추모분향소 설치
정부에 정규직화와 민영화 중단 요구


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광화문광장에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설치를 저지하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크게 충돌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당정협의와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 책임이 있는 정부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발전소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위험의 외주화 금지 없이 김용균 1주기를 맞을 수 없다고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연대회의는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1주기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아들이 죽은 지 1년이 돼 가지만 위험의 외주화, 하청업체의 노무비 착복은 개선되지 않았고,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바뀌지 않은 발전소 현장을 바꾸기 위해 국민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김용균재단은 13일 오후 서울 청계천 전태일동상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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