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성)가 4일 전원회의(3차)를 열고 내년에 적용할 법정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나선다. 논의에 앞서 최저임금위 회의내용을 국민에게 그때그때 공개하자는 일부 노동자위원의 제안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사용자측은 회의 비공개 관행을 이유로 노동계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핵심은 '공익위원의 공익성'=1일 최저임금위 참여 당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열린 최저임금위 운영위원회에서 회의내용 공개와 참관인 배석규모 확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절대다수의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회의록 공개를 제안한 한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인 비정규·청년·여성·고령 노동자들은 정작 최저임금위에서 어떤 내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알 길이 없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상화하고, 노·사·공익 대표자 간 파워게임처럼 진행되는 그간의 논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 출범 이래 비공개 회의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데다, 회의내용을 공개할 경우 오히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위 논의도 일종의 협상인데,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면 노사 모두 솔직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라도 회의내용 공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회의내용을 공개하자는 노동계의 제안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견인하자는 의도를 깔고 있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공익위원의 역할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이 내놓은 요구안을 적정선에서 절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최저임금위 속기록 공개 의무화와 방청 허용, 국회 견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 중 3명은 노동부 장관이 추천하고, 나머지 6명은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것이다. 공익위원 중립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의제, 예를 들면 원·하청업체 납품단가 문제나 중소기업 사회보험 지원 문제, 대기업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 등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최저임금위 회의내용 공개는 위원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는?=그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최저임금위 회의내용 공개를 원칙으로 하자는 제안에 대한 입법조사회답을 내놓았다. 회답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위 운영규칙에는 회의내용 공개 또는 비공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입법조사처는 “회의 비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 최저임금위 심의·의결을 원활하게 진행해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취지에 있다는 점과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근로자에게 있어 중요한 심의·의결 사항이라는 점에서 심의 과정의 투명성 원리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노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위원회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들도 회의내용을 공개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섞여 있다. 영국은 저임금위원회(LCP)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최저임금법에 회의 과정 공개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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