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에서 장기간 유연납과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업무를 하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에 걸린 수리기사의 산업재해 신청이 승인됐다. 전자산업에서 근무한 뒤 루게릭병에 걸린 노동자의 산재를 공단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공단 동대전지역본부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서비스 동대전센터에서 근무한 이아무개(40)씨의 산재를 인정했다. 판정문은 지난 13일 송달됐다. 1993년 동대전센터에 내근직 수리기사로 입사한 이씨는 TV와 청소기 등 소형가전을 주로 수리해 왔다. 2012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같은해 6월 삼성의료원에서 루게릭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납·유기용제·전자기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루게릭병이 발병했다”며 2014년 10월 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판정문에 따르면 이씨는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납땜 작업을 했다. 전자제품의 이물질과 부식된 곳을 닦기 위해 맨손으로 유기용제를 다뤘다.

그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반지하에서 가전제품 수리작업을 했다. 이후 수리공간을 1~2층으로 이전했지만 환기는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혈중 납 농도는 4.6μg/dL(1데시리터 당 4.6마이크로그램), 2011년 6.5μg/dL, 2012년에는 4.7μg/dL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판정위원회는 “2009~2012년까지 체내 납 축적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았고, 과거에는 유연납의 사용량이 많았으므로 20년 동안 납 분진에 상당히 노출됐고, 유기용제 및 전자기장에도 장기간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기용제·전자기장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루게릭병의 발병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작업환경이 해당 병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신청인의 업무환경과 (루게릭병과의)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단한다”고 밝혔다.
 

[루게릭병]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10만명당 1~2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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