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전격적으로 날치기 처리했다. 야당이 무효투쟁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야당 의원들의 강력한 저지 속에 한미FTA 비준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어 재적의원 295명 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는 마치 군사작전과 같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예산 관련 정책의총을 한다며 회의장에 모였다가 오후 3시를 기해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뒤이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요청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지시로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이 발동됐다. 야당 보좌진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집결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한미FTA 비준안과 14개의 이행법안을 직권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장석 아래에서 최루탄을 터트려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야당은 일제히 “한미FTA는 무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국민과 약속한 한미FTA를 막지 못한 것을 사죄드린다”며 “이명박 정권의 폭거이자 쿠데타인 한미FTA 무효를 선언하며 무효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외국과의 조약까지 날치기하는 독재적 폭거를 저질렀다”며 “한나라당은 국익을 팔아먹은 매국노당으로, 날치기에 찬성한 151명의 매국노 의원들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께 본회의가 산회한 뒤 박 의장과 정 부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본회의장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국회 의사일정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 등 국회 일정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폭거에 맞서 강력히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