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가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1년이 돼 가는데도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일어난 태안 화력발전소를 제외한 나머지 발전소들은 조명이나 안전펜스 설치 같은 안전시설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에 "긴급안전조치·설비개선을 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설비개선이 일부 이뤄지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제한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준석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태안 화력발전소는 91개 설비개선 요구 중 85개가 완료됐고 6개는 진행 중"이라며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조명이나 안전펜스 같은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주최측이 공개한 발전 5사(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사업소(발전소) 내부를 찍은 영상을 보면 조명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석탄가루가 날리는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해당 영상들은 올해 5~11월 사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이 올해 7월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는 각 사업소마다 현장 조명시설을 보완·설치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공개된 영상 속 사업소에는 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었고, 조명이 켜진 곳도 석탄가루가 가득 차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부발전 산하 한 사업소는 석탄가루가 날려 앞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200억원 규모의 안전장치 보강과 설비개선 비용을 투자한 서부발전의 한 사업소에는 안전펜스가 없는 곳이 있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설비개선을 많이 했다지만 아직도 현장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바뀐 게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삼천포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박봉균씨는 "1~4호기에 한 명이 충원된 것 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동 화력발전소 노동자 송연수씨는 "석탄취급 설비에만 2인1조를 시행하고 있지, 다른 부서는 인원충원을 해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영흥 화력발전소 노동자 최규완씨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원청에서 보여 주기 식으로 설비개선을 하는 탓에 쓸모없는 설비개선도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대원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수년 동안 노동자들이 위험하니까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듣지 않더니 사람 한 명 죽고 나서야 제한적·부분적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비참할 뿐"이라며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