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1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4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통해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점검할 이행점검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성할 것도 정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현장은 김용균이 쓰러져 갔던 1년 전 그때 그대로다. 발전사 하청노동자들은 “달랑 마스크 한 개 지급됐을 뿐”이라고 성토한다. 노동자들이 정부에 특조위 22개 권고안에 대한 이행점검위 구성을 요구하는 이유다.

정부가 “특조위 조사보고서가 휴지 조각이 됐다”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비판과 관련해 이행점검위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개 권고안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이행가능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정부가 노·사·전 협의체 구성을 통한 논의를 제안해 협의가 막혀 있는 상태다.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지 주목된다.

정부 “이행점검위 형식과 절차·기간 논의 필요”

정부와 김용균 특조위 등 시민·사회단체가 5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특조위 조사보고서에 담긴 22개 권고안과 이행점검위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발전사와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김용균 특조위·시민대책위원회·유가족과 발전소 하청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정부는 회의에 앞서 특조위에 이행점검위 위원 5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특조위가 추천한 위원 5명이 회의에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청년노동자 김용균 사망 이후부터 진상조사를 함께한 복수의 관계자는 “특조위가 22개 권고안을 내면서 추가로 이행점검위 설치를 정부에 권고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며 “김용균 1주기를 맞으며 권고안이 휴지 조각이 됐다는 사회적 비판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에서도 권고사항 이행과 이행점검위 구성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행점검위 구성을 확답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조위에서 (이행점검위를) 꾸리자고 요청했고, (요청에 따라) 우리는 검토를 해야 한다”며 “특조위는 권고안 이행을 확인하고 싶고, 정부는 소통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행점검위와 관련해 “형식과 절차·기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구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특조위의 22개 권고안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사·전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추모위 “정규직 전환 논의 노·사·전 협의체에 떠넘겨”

김용균 추모위에 따르면 이날 국무총리실은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와 노무비 착복 금지·인력충원 등 특조위 22개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해서는 노·사·전 협의체 논의를 주장했다. 추모위는 “국무총리실에서 준비한 자료를 보면 실질적인 논의 진척이 어려운 정규직 전환 논의를 노·사·전 협의체에 떠넘기거나 현장에서는 도저히 체감할 수 없는 내용, 이후에 잘 점검해 나가겠다는 (선언적) 내용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용균 특조위는 회의에서 특조위원이 권고한 이행계획과 이행점검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요구했다. 시민대책위와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당사자와 정부 간 협의를 통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추모위는 “대화에 나올 것인지 7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과 만나 발전소 현장을 바꾸기 위한 특조위 권고안 이행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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