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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귀책” 몰아세운 태안 화력발전소] 업무 중 재해로 숨진 화물노동자 산재인정 불투명?스크루 고정작업 책임 주체 누구인지 쟁점 … 서부발전 “체결·고정, 화물노동자 책임”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지난 10일 오전 충남 태안 1부두에서 화물차에 실린 스크루컨베이어를 로프로 고정하던 화물노동자 이아무개(65)씨가 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스크루는 나선형으로 돌며 석탄을 운반하는 장치다. 한국서부발전은 마모된 스크루 정비를 외부 정비업체인 신흥기공에 맡겼다. 숨진 화물노동자는 신흥기공과 일일 임차계약을 맺은 기사였다.

고인이 된 이씨 유가족은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사고가 업무 중 발생했지만, 그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화물노동자는 지난 7월1일 시행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당연가입 대상이지만 수출입컨테이너·시멘트·철강재 등을 운송하는 화물차주 중에서도 전속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화물노동자 산재인정 여부는 사고 당시 수행하던 업무가 노동자 본연의 업무인지, 사용자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여부가 중요해진다.

“재해자는 산재 적용받는 특수고용직 아니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들어 낸 참극으로 규정했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2018년 12월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씨가 숨진 사업장이다. 서부발전은 정비업무를 신흥기공에 맡겼지만 스크루를 화물차량에 쌓기 위한 지게차 운전은 서부발전에 상주하는 또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맡겼다. 노조는 “복잡한 고용구조가 책임과 권한의 공백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원청이 지난달 입찰공고와 함께 공개한 ‘시방서’대로 스크루 운반공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스크루는 방수포를 이용해 개별 포장하고, 상하차·운반이 용이하도록 팰릿에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산재인정 여부는 불확실하다. 화물노동자인 이씨가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125조13호에 따라 수출입컨테이너·시멘트·철강재·위험물질 운송 화물차주여야 한다.“주로 하나의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해야 한다”는 전속성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서부발전은 “노무사 검토 의견에 따라 재해자는 부품 반출 정비를 위해 외부 정비업체인 신흥기공에서 일일 임차한 ‘운송사업자 겸 운전기사’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의한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9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지난달 18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가 입찰공고와 함께 공개한 '일반 시방서'에 따르면 제품(컨베이어 스크루) 운반 전 방수포를 이용한 방수 포장과 팰릿 고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서부발전>

“사고 책임 두고 노·사 공방”

이씨가 산재를 인정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고용노동부의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 수행 중 발생한 화물자동차 운전자 사고 처리 지침’에 따르면 계약 내용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고는 화물노동자업무 수행을 지시한 사업장 소속 노동자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이 같은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서부발전은 “안전보건공단의 ‘화물차량 운전원 안전작업 가이드’에 따르면 차량 운전원의 표준 작업공정에 명시한 상차공정에 ‘상차 후 적재물품을 로프 등을 이용해 체결·고정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사고 당시 이씨가 하던 물품 고정작업은 화물노동자 본연 업무라 회사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적재물품을 로프로) 묶는 작업을 하던 중 문제가 됐다고 하더라도 화주가 원래 안전하게 상차하지 않아 발생한 일로 화물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며 “화주업체의 노동자로 갈음해 산재를 인정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작업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노조는 “남동발전의 일반시방서를 보면 고정 책임은 화물노동자 몫이 아니라고 명확히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연료설비부가 작성해 공개한 ‘2019년 석탄하역기 버티컬 스크루(Vertical Screw) 반출정비’ 공사설계서에 따르면 “반출 및 반입 이송시에는 규격 이상의 받침목 등으로 견고히 고정해 외부 충격에 보호돼야 하며 문제 발생시 시공자가 책임진다”고 돼 있다.

“전속성 기준 폐지하고
모든 특수고용직 산재 인정해야”


산재보험법이 개정·운영됐지만 구시대적인 전속성 기준을 남겨 놓음으로써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전속성 충족 여부와 상관 없이 산재 적용이 됐다면 이씨의 산재 인정은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조성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모든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며 “화물노동자는 운임을 받으니 운임 안에 산재보험료를 책정해 내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산재보험의 취지는 일하는 노동자의 사고를 신속히 보장하겠다는 취지”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더 위험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지난 5월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목숨을 잃은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159명이다. 화물노동자 산재사망만인율은 7.26으로 지난해 전체 노동자 평균 사망만인율(1.08)의 일곱 배에 육박한다.

한편 이씨의 장례절차는 12일 모두 마무리 됐다. 유족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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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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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주화금지 2020-09-14 09:43:30

    더 이상은 안됩니다. 노동자은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2400명의 가족을 봐야합니까?

    죽음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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