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7일. 박근혜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인 행복캠프는 다급하게 트위터에 멘션을 날렸다.

“최근 일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가스·전기·공항·수도·철도·의료·KAI 등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흑색비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얼마 안 가서 “공약을 어기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화는 철도운영공사와 공공 연기금에서 출자를 받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시민단체는 "연기금은 언제라도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에게만 국민연금과 연계해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파기 논란에 직면에 있다.

기초연금뿐 아니라 철도 민영화 미추진과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등 주요 공약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줄기차게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노동·사회단체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 현황을 발표했다.

◇기간산업 민영화 추진 논란=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적 합의 없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발전물량의 80%를 민간자본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간자본의 천연가스 직수입 활성화를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민간회사가 국내에서 천연가스를 보다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천연가스 수입가격과 가정용 가스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 100%서 20%로=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화해 2016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10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지난해 12월16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TV토론회에서는 “간병비와 상급병실료까지 건강보험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에서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가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다. 민주노총은 “정부 계획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환자의 본인 부담분 중 20%만 경감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48번째 국정과제로 ‘건강의 질을 높이는 보건의료서비스체계 구축’을 내세웠다. 세부계획에는 ‘지역 간 의료이용 격차 해소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날 새누리당 출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업계획을 발표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방의료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복지부 장관이 의료법에 의거해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는데도 관련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동공약은 대놓고 ‘모르쇠’=정부의 말바꾸기는 노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대선 후 첫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단식농성 중이던 지난달 종교계가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구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4월과 9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무기계약직 전환만 언급돼 있다.

◇교육·보육공약도 약속과 달라=박 대통령은 교육복지 3대 핵심공약을 통해 △고등학교 무상교육 2017년까지 완료 △2017년까지 학급당 학생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과 방과후 학교 무상지원을 공약했다.

하지만 담당 정부부처는 딴소리를 했다. 교육부는 국정과제 보고에서 학급당 학생수 완료시점을 2020년으로 미루고 OECD 상위 수준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슬그머니 변경했다. 고교무상 교육에 필요한 내년 예산은 아예 삭제됐다.

0~5세 모든 영·유아의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또는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공약도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6일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방안만 제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