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리도 못 가 발병 나니 그 너머 재는 똑 아리랑 고개렸다. 나를 버리고 가는 길, 천리길도 넘어 700여킬로미터 대장정. 한뎃잠 마다 않고 걷고 또 걸어 이 마을 저 동네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이제 남한 땅엔 적었다. 다 늙어 사서 고생이니 별난 사연 기구할 터, 이름부터 별나 특수고용노동자라고. 아니, 매인 곳 없이 떠돌아 하루 끼니 위태하니 그 옛날 걸립패던가. 말하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나와 초코파이 건네니 그 뜻을 말하지 않아도 정(?)은 두루 통했다. 곤한 몸 부려 잠시 앉은 돌바닥에서 더 없는 위안을 얻었다. 다시 걸을 힘을 그렇게 걸립했다. 물집도 한때,이제는 군살 올라 딱딱한 발도 잠깐 달랬다. 작두라도 탈 지경. 그 발을 견뎌 그저 말없이 또 쉼없이 걸어 서울을 향했다.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걸어 천리 길, 굽이 굽이쳐 나아가니 그 뜻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겠더라. 광고 아니라도 많이들 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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