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이라지만, 밖에서 버티는 사람들은 추위를 안다. 두툼한 옷과 모자에 핫팩까지 한겨울 차림이 일상이다. 마지막에 껴입은 노조조끼 등판엔 요구 새긴 등자보를 붙였는데, 색 바라고 실밥 터져 그 싸움 짧지 않았음을 말한다. 국회 앞에, 또 대통령실 앞에 늘어선 비닐 움집이 된바람에 푸드득 운다. 노랗고 빨간 마른 나뭇잎들이 우수수 날려 쌓인다. 그 아래 곡기 끊고 싸우는 사람이 말라간다. 겨울이 올 것이다. 곧 잘려나갈 위기의 사람들은 한파 경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핫팩을 품고, 옷깃을 여며가며 칼날 같은 바람 한가운데 설 예정이다. 겨울이 훌쩍 가깝다. 홀쭉 말라가는 농성 끝이 멀다. 길가 벤치 위 랩톱 컴퓨터 화면에 거울처럼 이제는 몇 남지 않은 마지막 잎새가 흐릿하게 비친다. 곧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