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농성장은 구석졌다. 노숙인 몇몇이 띄엄띄엄 벤치 잡아 모로 누웠을 뿐, 지나는 이가 적었다. '타임오프 철회, 노조탄압 중단' 구호 현수막 어지럽던 미로 한가운데 비닐 천막이 간신히 비를 막았다. 곡기 끊어 앞장선 김영훈 위원장이 자꾸 서진 못해 오래 앉고 누워 그 자릴 밤낮으로 지켰다. 찾아들던 여기저기 누구 저들을 다 맞아 반기니 지칠 법도. 밝은 표정 여전하니 젊음은 역시 보약이던가.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찾아 주의사항을 꼼꼼히 전한 덕인가. 아니, '결의' 때문이라고 위원장이 말했다. '준비'라고도 했다. 왜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던가. 폭염이 가까웠고, 관심은 멀었던 탓이다. 지키자 모여들었던 촛불이 띄엄띄엄. 민주노총 간부 얼굴만 그 빛에 붉었다. 발언도 노래도 잠시, 투쟁 점검회의가 뒤따르니 민주노총 수송동 시대가 열리는가. 비워 채우는 게 단식일 터, 단속은 내부용이다. 구름 짙어 흐렸던 날, 어깨 걸고 촛불 들어 노래하던 농성장 하늘에 그래도 별이 여럿 노랗게 반짝반짝. 정동시대 민주노총, 더 큰 도약 기다려 이렇게 '정중동'일 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