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히도 막혔던 도로, 버스 창 너머로 보았다. 쫓고 쫓기던 사람들의 거친 다툼을, 그리고 경찰 방패와 몽둥이. 눈물 왈칵 맵던 최루탄 가스는 잠시 머물던 버스에도 가득해 여럿이 울었다. 엄마 품을 찾았다. 아마도 87년, 뜨겁던 여름 언저리의 기억. 변신로봇 사 달라며 울고 불며 주저앉아 떼쓰던 기억만큼이나, 이제는 흐릿해진 장면들. 87년을 나는 모른다. 다만, 창 너머로 보았다. 2010년 6월,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1천원 올리자 했고,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했다. 서울지방노동청 앞에 모여 함성 몇 차례, 기어코 경찰은 몇몇을 팔 꺾어 연행했다. 신고된 행진을 끝내 허락지 않았다. 구석구석 틀어 막은 경찰 방패엔 '법질서'가 선명했다. 집회 해산명령이 확성기에 우렁차 대북 심리전에 버금갔다. 노조 깃발은 부러지고 찢겼다. '어게인2002', 대~한민국! 승리기원 함성만이 거리에 가득한 때, '어게인1987', 민주주의 쟁취 함성을 내질러야 할 판. 꿈은 이루어지려나. 지나던 버스에 탄 '꿈나무' 아이들이 창 너머로 이를 지켜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