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이른바 ‘고삐 풀린 금융’의 규제강화와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도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우려 속에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한다. 고용불안이 불가피한 금융의 대형화·겸업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 구조재편 본격화
올해 국내 은행권 지형은 대형화·겸업화를 추구하는 복합 금융그룹 간 경쟁구도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리·외환은행 등 대형은행의 인수합병은 은행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금융위기의 경험을 통해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겸업화·대형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은 금융산업 지형 변화에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정부, 은행 단체협약까지 흔들까
국책 금융기관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최근 정세전망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따른 경영평가와 감사원을 동원한 공공부문 선진화 압력이 2010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철도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인 단체협약 해지 우려도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30일 금융노조 은행연합회지부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임금반납과 삭감에 이어 올해 단체협약 개입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금융노조 내부적으로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관련 노조법 개정에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타임오프제 도입은 전임자 축소와 이동 등의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직접규제 나선 정부
금융당국의 은행에 대한 직접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은행 간 외형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권의 유동성비율을 직접 규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은행 예대율(은행의 총자금잔고 대비 총대출금잔고 비율)은 은행업 감독규정상 경영지도비율로 규정해 관리된다. 이전까지 은행 경영지도비율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BIS와 원화유동성비율 뿐이었다. 보통주 중심 자본규제, 핵심조달비율, 레버리지 비율규제 강화 등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은행 건전성 규제방안도 구체화돼 규제체계 개편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대기업-중소기업, 희비 엇갈릴 듯
국내 은행은 완만한 금리상승 기조 아래 순이자마진(NIM)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 속도와 폭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비이자 이익부문 중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관련 수수료는 완만하게 회복될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도 지속되겠지만, 신규분양 등 일부는 규제대상에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예상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에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 설비투자가 점차 증가하지만 이미 확보된 자금이 풍부해 대출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정부지원 축소와 경기회복 속도 둔화로 신용위험이 크게 감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