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위기로 된서리를 맞았던 유통·서비스업은 올해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소·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던 ‘공룡’ 대형마트는 신규출점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영업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환율효과와 ‘명품’ 마케팅으로 홀로 웃었던 백화점업계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공격·확장 경영기조를 잡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정기휴점제 및 영업시간 제한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소비시장,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하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945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망치가 ’117‘로 집계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4분기(98) 이래 가장 높은 전망치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기업들의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0부터 200 사이로 표시되는데,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소비심리 회복세를 타고 매출 확대를 꾀하려는 유통업체 간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복합쇼핑몰'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단 백화점과 경쟁과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대형마트들의 변신·인수합병(M&A), 백화점들의 점포확장 경쟁, 온라인몰의 시장잠식 등이 올해 유통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생존게임…서비스노동자 건강 ‘빨간불’
유통업태 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3세대 유통업태로 뜨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등장하면서 매출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신세계가 부산 센텀시티점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개장하고 롯데가 부산 광복점을 연 이후 현대백화점도 새로운 형태의 백화점 출점에 출사표를 던졌다. 9년 만에 일산 킨텍스점을 신규개장하는 현대백화점은 2015년까지 6개 점포를 매년 열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을 견인했다면 올해부터는 복합쇼핑몰이 그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합쇼핑몰 시대가 개막하면서 백화점 휴점제가 사라지고 영업시간도 오후 10시까지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연말 정기휴점을 건너뛴 신세계는 전통적으로 문을 닫았던 1일에도 영업을 계속했다. 정기휴점제와 영업시간 규제를 요구하는 노동계와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대형마트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프랜차이즈방안 등을 모색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는 내년에 국내에 6~8개 점포를, 롯데마트는 10개 점포를 새로 여는 등 영토 확장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유통시장 지각변동 이끌까
GS리테일이 매물로 내놓은 백화점(6개)과 GS마트(14개)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순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편의점 바이더웨이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몰의 맏형격인 ‘인터파크’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온·오프시장의 새로운 결합도 예상된다.
신세계·롯데 부설연구소들은 올해 유통산업 성장률을 지난해(3.0%)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5~6.7%로 잡고 있다. 신종플루 효과를 톡톡히 봤던 홈쇼핑과 온라인몰의 매출은 각각 19.4%, 14.4%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성장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