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북풍에 나부껴 깃발은 눕고 파르르 떨림소리 내내 요란하다. 여의도라 드센 강바람이 빛바랜 나뭇잎을 다 날려 시린 겨울을 예고하는 때. 어렵게 세워 올린 저기 노조 깃발에 찬바람이 거세니 기어코 깃발을 꺾을 기세다. 칼바람은 필연 거세(去勢)를 예고한다. 삭풍에 겨워 깃발이 눕는다. 하늘이 흐리고 깃발이 운다. 그런데 마침내 제 모습 온전히 드러내 펄럭이니 바람은 깃발의 숙명인가. 저기 노조 깃발이 바람 앞에서 되레 선명하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저지·전임자임금 노사자율 쟁취, 간절한 바람이 또한 농성천막 외벽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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