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쁜짓' 해 보라 하니 이런다. 멋있고 예쁘게 나오는 건 애초부터 엄마 아빠 관심일 뿐, 아이들은 겁 없이 망가진다. 재밌단다. 왼쪽 큰 아이가 어디선가 보고 배운 '포즈'인데 작은 아이가 질세라 따라한다. 아이들은 뭐든 따라 배운다. 그래도 그 강렬한 코주름과 가늘게 솟구친 눈매며 쭉 뻗은 손가락에서 드러난 형의 연륜을 동생은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어스름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형 따라 이리 뛰고 저리 기다가 넘어지고 부딪히던 작은 아이는 때로 엄마품을 찾아들어 젖가슴에 묻혀 졸았다. 무대에 조명이 밝았고 노래소리가 컸다. 빨간 띠 두른 삼촌들이 공장을 찾았고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번쩍였다. 엄마 옆에서 두어 번 주먹을 따라 뻗던 아이가 무대 뒤편에서 어슬렁거리던 '사진 삼촌'을 발견했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치던 엄마가 자꾸 아이를 살폈고 예의 그 무서운 표정으로 줄 지어 선 아빠 눈길도 무대 앞을 내달리는 아이 따라 흔들렸다. 형 따라하기 바쁜 아이는 잠시 다 잊고 표정 연기에 몰입한다. 찰칵. 그리고 웃는다. 지난달 29일 파업 40일을 맞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만난 아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