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수준의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확대 등을 통해 매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이 늘면서 근로자 노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증가폭이 다소 감소 하긴 했으나, 여전히 가계신용잔액이 680조를 넘는 상황으로서 서민 가계의 생활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적금을 해약하거나, 마지막 남은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생활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중소기업들의 파산이 잇따르면서 지난 한 해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내몰린 근로자의 수도 27만명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노후 준비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노동부가 적극 권유하는 퇴직연금제도에서 그 하나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도 도입 4년째를 맞는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은퇴하고 나면 연금을 수령하게 함으로써 노후소득을 장기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며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사업장에서는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현행법상 퇴직금 중간정산은 적법하게 이루어 질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요건과 그 효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퇴직금 제도의 설정과 중간정산의 근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3조) 그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제7조) 또한 동법 제8조에서 “①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해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 라고 규정해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직금 중간 정산의 유효 요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기왕의 계속근로기간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그 요구기간에 대한 중간정산을 승낙함으로써 성립하게 된다(대법원 2008.2.1. 선고 2006다20542 판결).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를 퇴직금 중간정산 유효요건으로 삼은 근본적인 이유는 최초의 근로계약 체결시에 매월, 전월 또는 전년도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로 약정한 후, 퇴직금 명목으로 일부 금원을 월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퇴직금지급의무를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인천지법 2007.4.5. 선고 2006나12992 판결).
그러나 월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하는 형태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는 이에 따라 월급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다면 과연 이러한 경우에도 퇴직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가 문제 된다.

근로계약 체결시 월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한다는 약정의 효력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했다고 해도 그것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도3898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

또한 근로자들은 퇴직적립금을 매월 임금지급일에 수령함에 동의하며 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사용자가 근로자들과 약정하고, 이와 함께 근로자들로부터 ‘매월 급여 수령시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기를 희망하며 퇴직시 회사에 퇴직금에 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받았으며, 노임과 퇴직적립금을 구분해 기재한 노무비 명세서를 교부하면서 같은 명목의 돈을 매월 급여로 지급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 지급에 대해서는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위와 같은 퇴직금에 관한 약정이 법 제8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약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들로부터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미리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다(대법원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 뿐만 아니라, 월급여에 포함돼 지급된 퇴직금 부분은 퇴직금이 아닌 월급여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수원지법 200나22150).

근로자가 요구한 중간정산 기간에 대해 사용자가 일부 기간만 승낙한 경우

근로자가 3년간 계속 근로를 하던 중 입사시부터 현재까지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한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일정 기간(예: 최초1년분)에 대해서만 승낙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기간 중 일부 기간에 대하여만 일방적으로 중간정산을 실행함으로써 그 합의를 확정지을 수 없으나, 사용자의 일부 기간에 대한 중간정산 실행이 민법 제534조에 의한 변경을 가한 승낙으로서 새로운 청약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그 중간정산퇴직금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중간정산이 실행된 일부 기간의 범위 내에서 중간정산이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2.1. 선고 2006다20542 판결)”라고 판시 했다.
따라서 근로자가 요구한 중간정산 기간에 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일부기간에 대해서만 승낙해 퇴직금을 지급한 경우, 근로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했다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일부기간에 대해 중간정산이 이뤄졌다고 볼 것이다.

퇴직금 중간정산 이후의 계속 근로년수 산정방법

근로자의 요구에 의해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고 나면, 이 경우 미리 정산해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기산한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이는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만을 새로 기산한다는 의미이므로, 연차휴가의 가산일수 산정시에는 중간정산시가 아닌 최초 입사일로부터 기산한다.

퇴직금의 소멸시효

퇴직금은 3년간 그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퇴직금의 일부를 중간정산의 형태로 지급받은 후 퇴사한 경우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의 소멸시효를 어느 시점부터 기산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2005년 1월1일에 입사해 계속근무 하던 중 2009년 1월1일에 2006년 1월1일부터 2008년 12월31일까지 근로한 부분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해 중간정산을 한 후 2010년 1월1일에 퇴사했다면, 2005년 1월1일부터 2005년 12월31일까지의(A기간) 퇴직금은 2010년 1월1일 현재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청구할 수 없느냐 하는 것이 문제된다.

이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은 실질적으로 퇴직하는 것은 아니지만, A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권은 중간정산 즉시 발생해 그 때부터 근로기준법 제48조에 규정된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중간정산 당시 중간정산의 합의가 없었던 기간, 즉 A 기간에 대해서는 중간정산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고 원고의 최종 퇴직시에 그 기간에 대한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할 뿐이며, 이에 대한 3년 소멸시효 또한 이 사건 중간정산 시점이 아닌 원고의 최종 퇴직 시점으로부터 진행된다(대법원 2008.2.1. 선고 2006다20542 판결)”라고 판시했다. 결국 중간정산을 하지 아니한 위 A기간에 대해서는 최종 퇴직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사업장 중에서 사업주의 편의에 따라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23.4%)보다 근로자측의 요구(76.6%)에 의해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퇴직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저축한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1%에 불과했다.
결국 근로자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퇴직금을 중간정산 해 활용할 수 있으나, 이는 향후 노후 대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요인이 된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고령화 속도. 근로자들의 절반 이상이 노후대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만약 인식전환이 늦어진다면 노후에 길거리로 내몰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제도보완과 대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09년 6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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