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벌어진 어깨에 키가 훤칠한 최군이 맥주를 두어 잔 홀짝이다 눈물을 쏟아냅니다. 요 며칠 안부를 묻는 문자에 “살 의욕이 없다”고 답했던 후배. 반가운 취업소식 전해 듣고 달려온 선배가 다그치니 그제야 헤죽 웃는데 주름 골골이 눈물이 배입니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겠다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여…. 연거푸 쓴잔을 많이도 비워야 했습니다. 통장 잔고가 떨어져 시골에서 농사 짓는 다 늙은 부모님께 염치없이 손 벌렸던 일이 그리도 가슴에 맺혔다 고백합니다. 그 곁을 말없이 지켜 준 고마운 짝지 부모님께 시골집에서 직접 만든 홍삼 엑기스를 선물해 드렸는데, 결혼 얘기는 차마 꺼내지도 못했답니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무슨 결혼이냐고 자책했다지요.

한숨이 깊었던 최군이 좋은 날 맞고도 자꾸만 훌쩍입니다. 새 직장이 맘에 안 드느냐, 그간 힘들었던 게 떠올라 그러느냐고 선배가 자꾸 물으니 최군이 눈물 훔치고 코 풀더니 말합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에요.”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 한 켠에 멍하니 앉아 훌쩍이던 최군을 본 듯도 합니다.
 
 
<2009년 5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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