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고인은 특별하지 않은 사람.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사람. '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한' 힘없는 화물노동자, 아니 지입차주, 때론 사장님. 하여 이름만 특별한 특수고용노동자. 해고된 동료들이 곤봉이며 방패에 맞고 쫓기는 모습을 숨어 보던 수배자. 목숨 값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한 세상 바꿀 꿈도 그리지 못했던 이. 열살 일곱살 먹은 혜주와 정하가 아직은 기다리는 아빠. 그리고 남편. 그 넘칠 눈물 저버린 채 겨우 사람대접 받으려 했던 노예. 기득권 따위라곤 지회장 명찰 하나 가졌던 사람. 항쟁의 도시, 사랑하는 빛고을 광주에서 그저 한 발짝 전진과 변화를 조심스레 꿈꿨던 시민. 힘없는 노동자의 곁으로, 피폐한 민중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그가, 많은 시간과 고민 속에서, 그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시들어 가는 무고한 생명체에 대한 열렬한 사랑. 줄이니 열사, 故 박종태. 영전에 부끄럼 대신 내미는 국화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