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역 광장 특설 무대에 섰다. 관객이 적었고 바람이 찼다. 집회때나 쓰던 스피커에선 잡음이 많았고 조명은 단촐했다. 그저 노래가 좋아 박봉에 고된 연습을 견딘 이들. 무대에 서면 힘들었던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에 행복했던 사람들.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어느날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고 절망했던 노동자들. 다음날이면 출근이 곧 투쟁이라는데 노래하는 목소리가 힘차며 고왔고 표정은 밝았다. 눈물이 잠깐 맺혔을까. 조명에 비쳐 눈빛도 살았다. 아스팔트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컸고 촛불이 일렁였다. "법도 정치도 몰랐다"고 고백한 이들의 악보첩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며 '광야에서','단결투쟁가' 악보 귀퉁이가 어느덧 닳아 있다. "노래만 알고 살았다"던 이들이 '노래만큼 좋은 세상'도 노래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새마을노래'만 시끄러우니 더더욱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