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도 훌쩍 넘은 시골 노총각 주름은 더 늙은 엄마의 이마를 꼭 닮아만 갔다. 다 늙은 '우리 강아지', 큰아들 장가 들던 전날 엄마는 몰래 울었다. 그 저녁 멀리서 찾은 친척들이 평상에서 소주며 막걸리에 전을 비웠고 부산스레 짖던 강아지는 한대 쥐어터지고서야 집을 찾아 들었다. 윗마을 아랫마을 할매 할배부터 사촌에 팔촌 아저씨를 다 태운 식장행 버스 안에서 술이 두어순배, 무릎이 아프던 늙은 엄마는 춤을 췄다. 사모관대 갖춰 입고 기러기 들어 예 올리는 초례청 마룻가에 고마운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이를 어쩌나! 바알간 연지 곤지가 노총각 볼에 오른다. 혼수로 챙긴 아기가 이제 막 걷는다던데. 작은 공장 일 나가는 사촌형님 살림살이는 좀 어떠신지. 꽃 피는 봄이라고 문득 떠오른 그 결혼식. 밀려드는 청첩에 얇은 지갑 심란하니 때때로 잔인한 그 봄. 세월이 하 수상하니 되뇌는 '서울의 봄' 맞아 생각난 즐거웠던 그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