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낭소리'가 전국에서 들려온다.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유례없이 70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 웃고 울었다. '먹고살 길 찾아 어릴 적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던 버릇이 남아 다 늙어 아파도 매일같이 소 끌고 들에 나가는' 할아버지의 노동이 고집스럽고, '늙어빠진 그깟 소 팔아버리라'고 채근하는 할머니의 노동이 또한 억척스럽다. 부부를 꼭 닮은 늙은 소는 죽기 직전까지 겨울 땔감을 져 나른다. 제 부모를 떠올린 관객들은 소처럼 껌벅이며 울었다.
평생을 들에서 흙 일구고 소 부리던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빨간색 머리띠 두르고 서울 여의도공원에 섰다.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다. 추위를 피하려 들불을 놓으니 연기가 자욱해 눈앞이 먹먹하다. '아이고 내 팔자야….' 탄식이 주름보다 깊다. '영감 잘못 만난 탓'일까. '원망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데 눈물 닦을 손수건이 안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월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