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는 재밌다. 보통 풍자나 익살이 그 목적인데 경제위기 한파에 종종 웃음을 주니 그 효용이 크다.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용산화재참사 현장 앞 인도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영화 포스터 패러디물을 내걸고 있다. 공사현장에나 있을 대구경 쇠파이프를 어깨에 딱 걸친 폼이 그 표정과 어울리고 사진을 오려붙인 솜씨도 제법이다. 그 옆에 조화만 없었어도, 이미 주름 깊고 허리 굽은 노인들 너머 용산철대위의 농성 천막만 안보였어도 즐거울 뻔 했다. 여기저기서 속도전이 한창인데, 대규모 건설회사의 재개발 속도전에 맞서 기껏 공기 좀 늦추는 식으로 망루를 쌓아 저항하던 철거민들이 그리도 거슬렸나. 특공대 투입하며 '빼라 다!' 명령했나. 참담한 소식 듣고 현장 찾은 시민과 기자들은 '패라 다!'라고 지시했나. 분향소 흰 국화가 아직 싱싱한데 유임설이 솔솔 피어오른다. 패러디도 무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