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회장 신동규)와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양병민)는 13일 영업점 운영시간변경 시행일을 당초 2월1일에서 4월1일부터 변경하는 내용의 '근무시간 정상화와 영업시간 변경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시행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사는 지난해 12월 맺은 산별협약에서 현행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4시30분까지인 영업점 운영시간을 올해 2월1일부터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로 변경한다는 데 합의했다. 출·퇴근 문화 개선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의지를 밝히고 일정시간 이후 고객관리 전산시스템과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외근무(야간근무)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지부별 노사합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16개 시중·지방은행 가운데 이날 현재 노사합의로 시행방안을 마련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김길영 금융노조 정책부위원장은 "산별협약 체결 이후 지부별 보충교섭이 늦어지면서 노사가 영업시간변경에 대한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시행시기를 유예해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측도 영업시간변경에 따른 전산 시스템 정비 등 후속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시행일을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시간변경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한 전자어음 발행·유통 등 관련업무 시간변경의 경우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국에 퍼져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시간을 조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사가 시행일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시간적 여유는 확보했지만 영업시간변경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영업시간변경의 목적은 시간외수당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만성적 야근문화를 없애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을 이뤄 내는 데 있다"며 "노사 모두가 이런 취지에 먼저 공감하고 시간외수당을 부과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1월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