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홍(29)씨는 오늘도 용산으로 '출근'했습니다. 거기에 '이 꼴 저 꼴 다 봐서' 이젠 친자매보다도 살가운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내일이면 800일.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벌써 끝난 일 아니냐고 자주 물어오는 건, 길어진 싸움이 지지부진한 탓입니다. 벌써 세 번째 생일상을 받았다는 막내 오유미(27)씨는 "내일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눈물도 마를 시간이었지만 또 모를 일이랍니다. 지저분한 합숙소 생활도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된 탓에 부쩍 상한 얼굴, 피부 걱정도 빼놓지 않습니다. "잘 될 것 같냐"며 자주 물어오던 연홍씨의 남편은 이제 아무 말 없습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며느리 이름을 검색해보곤 하셨다는 시어머니도 마찬가집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연홍씨의 의지가 강한 탓입니다. 오래된 하늘색 반팔 티셔츠를 꺼내듭니다. 그리고 "KTX 승무원으로 돌아가서 진짜 재미있게,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웃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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