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방탄차량을 타고 여의도를 안전히 빠져나가고서야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고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집회 장소는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행여 지나는 시민이 볼까 경찰 버스는 틈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많았다. 증권선물거래소 외벽엔 대형 취임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대통령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이 되고,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꿈"을 말했고, 거래소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서 사람답게 사는 꿈"을 말했다.

대통령이 늘어선 환영인파와 악수를 하던 시각, 비정규 노동자들은 열 지어 선 경찰 방패 앞에서 “우리는 국민도 아니다”라고 자조했다. 집회를 마쳤지만 돌아갈 길은 없었다. 법질서는 엄정했다. 25일 애꿎은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여의도 아스팔트를 적셨다. 봄은 왔지만 겨울은 가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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