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재계안 ‘중간’
이날 오후2시 교섭이 시작되자 노동계는 4차 회의에서 냈던 3,700원(19.4%)에서 3,670원(18.4%)→3,590원(15.8%)으로 하향된 두차례의 수정안을 냈다. 재계도 4차 회의 때 냈던 3,285원(6.2%) 인상안에서 3,305원(6.6%)→3,385원(9.2%)으로 상향된 수정안을 냈다.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밤8시께 제출한 조정안이 10.6%→13.1%의 인상안.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에 조정안 범위에 포함되는 최종안을 던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놓은 최종안이 각각 3,505원(13.1%)과 3,440원(11%)의 인상안이었다. 노사 최종안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노사간 합의 타결을 종용했고 노사는 2시간이 넘는 교섭끝에 각각 3,490원(12.6%)과 3,470원(11.9%)을 마지노선으로 내놓으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최종적으로 12.3% 인상된 3,480원을 조정안으로 제시한 뒤, 표결에 들어갔다. 결과는 총 27명의 최저임금위원 가운데 2명의 공익위원이 빠진 상태에서 찬성이 16표, 반대가 9표로 나왔다. 재계를 빼고는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모두 조정안에 찬성한 것. 공익위원 최종안이 노동계 최종안보다 10원이 적고, 경영계에 비해서는 10원이 많은 상황에서 경영계는 12% 이상 인상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위임금 대비 44.6%…평균임금 대비 42.2%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을 보면 공익위원들이 처음에 제시한 조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26일 전원회의에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이후 3~5년 내에 5인이상 사업장 상용직의 중위임금 50% 달성(주40시간 기준)”을 목표로 제시했다.
공익위원들 분석대로라면 3년내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3.1% 인상이 필요했고, 4년내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1.5% 인상이 필요했다. 또 5년을 목표로 잡을 경우에는 10.6% 인상이 따라야 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처음에 낸 조정안 10.6%~13.1% 인상안도 이런 계산에서 나온 것이고, 최종 결정된 12.3%의 인상안은 2007년 중위임금 추정치 대비 44.6% 수준으로, 3~4년내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노동계가 요구안으로 냈던 4,200원(월액 87만7,800원)은 5인이상 사업장 상용직의 평균임금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이고, 노동계는 이에 단계적 목표달성을 계속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처럼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노동계가 요구하는 평균임금 목표 달성보다 목표금액이 낮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생계비, 유사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근거로 해서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최종 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에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3,840원은 정액급여 전망치 186만5,221원의 42.2% 수준으로 예상돼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면 역대 최고다.
주44시간 사업장과의 임금격차 해소 및 임금손실 방지를 위해 요구했던 ‘주40시간 사업장에 대한 별도 임금고시’를 노동계가 양보한 배경도 공익위원들의 목표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이 중위임금 50% 달성을 위해 주40시간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주40시간 사업장의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제시하는 등 현재 한달 최저임금이 주40시간 기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택시, 청소용역 최저임금보장 제도개선” 건의문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택시노동자와 청소용역 등 저임금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을 건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나온 건의문은 △실질적인 최저임금보장을 위해 정부 기관 및 공기업의 청소·경비용역 계약 시 반드시 최저임금을 반영 △법정휴게시간을 초과해 임금수준 저하 목적의 과도한 휴게시간 설정 등 편법에 대한 개선 △1년이상 용역계약이 돼 있는 경우에도 매년 최저임금인상분 반영토록 행정지도 및 법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택시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택시초과운송수입금의 최저임금 제외 여부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 연구위원회에서의 논의 결과와 노동부 연구용역사업 보고서를 토대로 노동부에서 합리적으로 제도개선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택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사납금만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