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 과제를 우선 논의하자는 기존 대표자회의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사 추가요구안도 같은 비중으로 한꺼번에 다룰 것을 요구했고, 특수고용직과 공무원노동권 보장을 위한 별도 논의틀 마련도 주장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부와 재계는 강하게 난색을 표명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을 처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로드맵 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산별노조 문제나, 특수고용, 공무원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담이다. 게다가 노사정위 강화 및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논의틀을 만든다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나서는 것조차 달갑지 않은 재계 역시 또다른 의제를 추가하고 새로운 논의틀을 만드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
결국 이날 운영위는 이후 대표자회의 처리방식을 계속 논의해 7월에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민주노총이 새로 참가하면서 탐색전만 벌어진 셈이다.
이후에도 민주노총-정부·재계가 처리방식을 놓고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대노총이 어떻게 보조를 맞추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운영위에서 민주노총-정부·재계가 설전을 벌이는 동안 한국노총은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우선 논의 의제 수정, 특수고용직 및 공무원노조와 관련된 별도 논의틀 구성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27일 “아직 입장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조직 내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 노동기본권 논의를 위한 별도 논의틀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으로부터 사전에 제안받은 것이 없다는 것으로,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다소 당황해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응해서 현재 민주노총의 ‘노사관계 민주화방안’과 한국노총의 ‘민주적·자율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동법 개정방안’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술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고용직과 공무원노조 조직의 상당수가 포함돼 있는 민주노총과 그렇지 않은 한국노총은 관련 문제에 대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제도화 등 전체적인 제도 개선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노총은 눈앞에 닥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에 무게를 좀더 두고 있다.
따라서 조직 내홍을 거친 끝에 어렵사리 대표자회의에 참가한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한국노총과 의견조율 여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상당히 복잡한 방정식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