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을 두고 진행하는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계는 ‘기간제 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파견 폐지'(민주노총) 또는 '현행유지'(한국노총)를 주장한다. 반면 사용자단체들은 이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둘 사이의 이견은 접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팽팽해 보인다.

노동계는 ‘사유제한’을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국가인권위 의견도 이와 같다. 이런 해석은 ‘자유로운 비정규직 사용과 해고’를 원하는 사용자단체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설령에 노사정이 원칙에 합의를 했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노사의 태도가 뒤바뀌며 합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사유제한을 기간제법에 명시한다고 해도 그 내용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종합의 단계에서 ‘사유제한의 범위’와 ‘시행시기’가 쟁점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기간제법에 사유제한을 명시하되 직종의 허용범위를 넓히면 넓힐수록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좁히면 좁힐수록 사용자단체들이 반대한다. 시행시기도 마찬가지이다. 노동계는 허용범위를 좁게 하고 빠른 시행을 원하지만 사용자단체들은 정반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이목희 환노위 법안소위원장이 지난 14일 거론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사용 허용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유 제한의 범위도 넓어지거나 좁아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노사정 대화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사정 대화에 참석해 온 한 인사도 20일 “사유제한 도입 여부 자체보다는 제한의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비공개로 열리는 노사정 대화에서 이에 대해 이미 깊숙한 논의가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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