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 삼성 광고를 빗댄 노동자 감시용 불법복제 휴대폰 모형이 선보인 이날 집회에서는 ‘또 하나의 범죄’ 삼성의 노동탄압 실상이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민주노총과 인권· 시민단체로 구성된 ‘삼성노동자감시공대위’가 공동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삼성을 맹렬히 성토했다.

민주노총 이혜선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악명 높은 노동탄압의 결과물”이라며 “삼성그룹은 무노조 신화가 시대에 역행하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자각하고 노동탄압 중단과 노동기본권 보장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노동부는 ‘사용부’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엄중하고, 투명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식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연대사에서 “월급 10% 더 줘서 삼성에 노조가 없다는 삼성 임원의 망발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돈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압살하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우리 힘으로 분쇄하자”고 말했다.

지난 5월 노조설립 직후 노조원 11명 전원이 해고된 삼성애니스(삼성전자 청소, 기계정비 담당) 노조의 오세현 위원장은 “인사, 출퇴근 관리를 도맡아하던 삼성전자는 원청임을 부정하고, 위장하도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서류위조와 부위원장 납치, 취직을 미끼로 노조탈퇴를 종용한 삼성전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이번 노동부 조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대열 뒷편,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가 있었다.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 일했던 김명진씨는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마이크를 잡았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해 지난 5년 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결국 몸을 가눌 수조차 없게 된 김씨. 구조조정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진 김씨는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지난 99년 산재신청을 했지만 5년만인 지난 8월에서야 재판을 통해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가녀린 김씨의 목 메인 호소와 다부진 말이 곧 이어졌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겠다. 부당해고 투쟁도 할 것이고, 다시 복직도 할 것이다.”
“대를 이은 노동탄압 투쟁으로 박살내자!” 노동탄압 ‘종합백화점’ 삼성의 ‘무노조 신화’가 깨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