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업무상 질병 사망자의 10명 중 4명은 뇌심혈관계질환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매년 약 1천여명이 이 질환 진단을 받고, 이 중 400~500명이 목숨을 잃는다. 뇌심혈관을 막히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 진단 검사 주기가 2018년 이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 것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대한산업보건협회 보건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일반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판정을 받은 사람은 2016년 62만4천345명에서 2021년 146만7천539명으로 2.4배 늘었다. 조기홍 연구원 실장은 2016년(검사주기 확대 전), 2018년(변경 시점), 2022년(4년 주기 정착 후) 세 시기에 모두 일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 3만6천38명의 변화를 추적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동일 노동자의 변화를 비교했기 때문에, 제도 변경이 실제 건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동자 3만6천명 추적 결과
위험군 7.5%p 증가, 정상군 15.1%p 감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총콜레스테롤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악화 속도다. 총콜레스테롤을 ‘정상A(안전)·정상B(주의)·질환의심(위험)’으로 나눠 보면, 2년 주기였던 2016~2018년 사이 주의와 위험 등급은 각각 1.8%포인트,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4년 주기가 적용된 2018~2022년에는 증가 폭이 그대로 각각 7.5%포인트로 뛰었다. 등급 이동 폭이 4배 이상 커진 것이다.
나쁜 콜레스테롤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2년 주기 구간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4년 주기에서는 정상B가 8.3%포인트, 질환의심이 5.8%포인트 증가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축적돼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직접 높이는 지표다. 수치가 오를수록 위험률이 증가하는 만큼, 작은 폭의 변화라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증가 폭은 ‘작은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노동자들이 한 번에 실감하는 수치 변화도 뚜렷하다. 총콜레스테롤 평균은 2016년 190밀리그램 퍼 데시리터(㎎/dL)에서 2022년 205밀리그램 퍼 데시리터로 상승했고, LDL 평균도 107밀리그램 퍼 데시리터에서 118밀리그램 퍼 데시리터로 올랐다. 이는 한 번의 검사만 놓치더라도 ‘정상→주의’ 혹은 ‘주의→질환의심’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연령대별 결과다. 흔히 지질 이상은 50대 이후에 두드러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30대 이하와 31~40세에서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질환의심’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생활 등 직업적 요인에 노출된 젊은 노동자들이 짧은 기간에도 빠르게 악화했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지질 이상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 주기 자체가 사실상 조기 발견의 전부”라고 강조한다.
총콜레스테롤의 ‘정상A’ 비율은 2018년 61.5%에서 2022년 46.4%로 15.1%포인트 감소했다. 검사주기 완화 이후 정상군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지표다.
“고위험군 검사주기 1년으로 단축해야”
4년 주기 이후 지질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 이유에 대해 조기홍 실장은 “이상지질혈증은 생활환경·업무강도·수면 패턴 변화의 영향을 즉각 받는데, 4년은 그 변화를 놓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정상B’ 단계에서 생활습관 관리만 해도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비율이 높지만, 4년을 기다리면 이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검사주기 변화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실제 치료 개시 시점을 늦춘 셈이다.
그렇다면 주기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연구진은 “적어도 2년 이하로 단축해야 하고, 고위험 노동자(교대근무·장시간 노동·대사위험요소 보유자)에게는 1년 주기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요인에 따라 검사 주기를 조정하는 ‘위험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김은아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은 “검진은 ‘발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정책 대상을 위험기반 평가로 선별하고, 노동조건에 맞게 검진 주기를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뇌심혈관계질환 고위험군의 경우 “연 1회 정밀검진이나 지질·혈압검사를 더 자주 시행해야 하고, 반대로 저위험군은 검진 간격을 늘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다른 검사도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해 위험군별로 주기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날 오전 청주 오송읍 본사에서 산업보건학술제를 열고 뇌심혈관계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심포지움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