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교통공사·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주요 공공기관 노조들이 잇따라 임금·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올겨울 쟁의행위를 예고했다. 인력부족과 총인건비 제도에 따른 임금인상 억제 등의 구조적 요인이 공공부문 노사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공단, 감사 핑계로 임금인상 어렵다 해”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노조는 다음달 10일 전면파업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최근 2025년 임금교섭 결렬에 따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1만4천568명을 기준으로 투표율 81.47%, 투표자 대비 찬성률 75.48%를 기록해 가결했다. 지난 19일 투쟁지침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본부가 다음달 1일부터 하루씩 번갈아가며 공단 본사에 집결해 집회를 이어 갈 예정이다.

공단 노사는 올해 10차례 넘는 2025년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쪽이 임금 추가 반납을 우려하면서 조정도 결렬됐다. 감사원은 현재 공단 감사를 진행 중인데, 공단은 감사 결과에 따라 추가 반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 3%조차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앞으로 12년 동안 인건비 1천443억원을 반환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반납 금액을 결정했는데 사쪽은 감사원 탓을 하며 추가 반납으로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정부가 정한 임금인상률조차 적용하지 못하고 동결해야 하는 것은 노조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쪽의 추가 반납 우려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환수조치 결정한 공단의 인건비 과다편성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달 초 갑작스레 재점화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는 종결된 사건을 뒤늦게 제기하며 논란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는 시선도 있다.

하태욱 건강일자리연구소 대표는 “권익위의 부적절한 지적은 건강보험공단노조 파업을 유도하기 위한 행위”라며 “이미 종결된 사안을 다시 문제로 꺼내 자칫 노정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지하철 노동자 20일 파업 “인력확충”

서울교통공사·대구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궤도노동자들도 동투를 예고했다. 대구교통공사노조는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9시간 파업을 했다. 20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매년 육아휴직 등으로 100여명의 결원이 발생해 노동자들이 휴일근무와 휴가 제한, 일방적 근무지 변경에 내몰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 확충을 요구했지만 사쪽이 수용하지 않았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도 파업 채비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3%의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파업 계획 등을 알릴 예정이다. 노조는 정부 예산지침에 따라 총인건비 대비 3% 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사쪽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재원 부족을 이유로 1.9% 임금 인상안을 제안했다. 대구교통공사와 마찬가지로 인력도 쟁점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통상 여름께 채용을 진행해 3~4개월의 교육·연수기간을 거쳐 연말쯤 신규인력을 현장에 투입한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공사는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서울시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사에 2021년부터 6년간 2천여명을 감축할 것을 지시했는데, 지난해 교섭으로 인력 감축을 중단하면서 신규 채용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도 2025년 임금·단체교섭 결렬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뒤, 고속철도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모든 조합원 투쟁조끼·등벽보 착용 등 준법 투쟁을 이어 가며 다음달께 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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