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인해 청년세대와 노년세대 간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연 1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매년 10조원씩 10년 투입, 2070년 1천200조원 적립”
국민연금 세대 간 형평성 논란 핵심은 ‘돈은 냈는데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청년 불안감이다. 올해 3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불거졌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8년 뒤 13%가 되고,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43%로 즉시 올랐다. 기금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2064년으로 연장됐지만, 청년세대는 연금 수급 시기에 기금이 고갈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역할론을 주문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일정한 금액을 투입하면 투자 수익률이 높아져 기금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세대 간 형평성 개선을 위한 국가재정의 역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지금 속도를 내서 연료가 떨어져도 더 멀리 가는 전략”이라며 정부가 일정 금액을 투입하자고 제언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일회적으로 10조원을 투입한다고 가정할 때 보수적으로 예측한 운영수익률 4.5% 기준 기금 적립액은 2055년 40조원이다. 최근 20년 평균수익률 6.27%에 근접한 수익률 6%를 가정하면 적립액은 57조원이다. 수익률 6% 기준 수익금은 2070년 약 15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10년간 매년 10조원씩, 100조원을 정부가 투입하면 4.5%의 수익률 기준 2055년 적립액은 500조원에 달한다. 2070년엔 1천200조원 넘게 적립된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최고 지점의 연간 적자인 1천500조원 수준과 맞먹는 규모다.
캐나다 본뜬 ‘퓨처펀드’ 제안
투입액을 조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펀드가 제안됐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 상임이사는 2016년 캐나다의 연금개혁에서 나왔던 안을 참고로 한 ‘퓨처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퓨처펀드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와 미래 국가재정 부담 최소화를 위해 국민연금에 매년 소규모 보조금을 투자하고, 수익금을 창출하는 완충기금이다. 그는 정부가 매년 예산의 0.5%~1%포인트(3조~7조원)을 국민연금에 보조하고, 국민연금공단이 보조금을 기존 투자금(1천300조원)과 합쳐 해외투자를 실시하면 장기적으로 보조금 30%, 수익금 70% 비중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봤다.
여당 의원들은 방향성에 공감했다.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운영수익률을 높이거나 기금을 더 투입하는 것밖에 없다”며 공감을 표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재정 역할이 거의 없어, 국민연금공단 관리 운영비조차 일반재정이 아니라 보험료로 충당하고 있을 정도”라며 “국민연금 수익률 유지와 국가 재정 투입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윤 민주당 의원은 재정 투입의 방향성 역시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청년들은 불안정한 고용상황에 처해 있거나, 플랫폼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을 위한 국가의 연금 보혐료 지원을 늘리면 청년세대가 갖고 있는 불안을 해소하면서 청년세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했고 모경종·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