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한 민원이 늘었다며 ‘교실의 정치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가르쳐도 민원이 들어와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사노조연맹(위원장 이보미)은 10일 “교사는 정치중립을 지키지 않는 게 아니라 정치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 3~9일 온라인으로 실시했으며, 교사 1천916명이 참여했다.
10명 중 2명꼴로는 실제로 민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는 ‘정상적인 교육활동(교과지도·생활지도 등)을 정치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항의나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8.8%는 ‘신고나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과 함께 조사된 사례를 살펴보면 3·15 부정선거, 5·18 민주화운동, 4·19 혁명, 6월항쟁 등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가르쳐도 좌파 사상을 주입한다며 민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세월호, 통일·독도 교육, 일베 용어 관련 생활지도 등이 정치적이라며 공격받은 일도 있었다.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이런 공격을 우려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4.4%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정치중립성 위반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해 수업 또는 지도를 포기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민원이 두려워 교과서만 읽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교과서 내용도 가르치기 두려워해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거나 역사 영화·다큐멘터리 시청을 포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세월호기념관 견학 등 교육청 권장 프로그램도 신청하지 못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연맹은 “신원불상의 민원인이 교사를 정치적이라 주장하며 신고한 횟수를 정치편향 사례수로 간주하는 왜곡된 주장을 할 게 아니라 악성·왜곡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입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에 적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에 따라 교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등은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한다.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다. 선거에 입후보도 금지된다.
이보미 위원장은 “헌법은 기본권 제한시 반드시 최소침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나, 현재 교원 기본권은 최소가 아닌 전면적 박탈 수준으로 제한받고 있다”며 “정치편향이라는 말로 교사의 입을 막는 사회에 민주주의 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