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갑질 근절을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배포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전국 광역지자체의 관련 조례는 해당 가이드라인과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규정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9일 17개 광역지자체 직장내 괴롭힘 관련 조례와 훈령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7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듬해 2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당시 공관병 갑질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같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갑질을 ‘생활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직장갑질119 분석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16개 지자체가 갑질 관련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다. 조례가 없는 제주의 경우 훈령으로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규정’을 두고 있어 갑질 대책 공백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객관적 조사’ 의무가 반영된 조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2항에는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받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제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남·전북은 조사 관련 내용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대구·대전·충남은 ‘조사가 필요한 경우’ 조사하도록 해 사용자가 임의로 판단할 여지를 뒀고, 강원·대구는 다른 조사 기관이 동일 사건을 접수하면 조사를 중단하라고 해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회피할 명분을 줬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보호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법 76조의3 3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조사기간 동안 피해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대전·전북·전남·충남은 관련 조항이 없었다. 강원·경북·충북은 괴롭힘이 확인된 ‘이후’의 보호조치만 규정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갑질 조례와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매뉴얼 등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최소한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과 정부 가이드라인 수준에 미달하거나 역행하는 조항은 즉각 개정 또는 폐기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객관적 조사 의무 반영 △조사 전후 피해자 보호조치 구체화 △가해자 징계조치 의무화 △불리한 처우 금지 및 비밀유지 의무 명확화 △허위신고 및 처벌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