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매일노동뉴스

S그룹은 최근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교대제 개편 컨설팅을 받았다. 이 회사는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만 일하는 낮 근무와, 낮 근무자가 출근할 때까지 밤·휴일 근무를 하는 야간근무 제도를 운영해 왔다. 밤·휴일 근무자는 평일에는 15시간, 휴일에는 24시간씩 일했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2일 이상 포함된 주에는 연장근로가 1주 24시간 이상 발생하는 구조였다.

이런 근무형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고, 노사발전재단은 4조3교대제 전환을 제안했다.

근무조를 조간·주간·야간으로 나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하도록 했다. 인원 증원 없이 교대제를 개편한 결과, 야간조의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은 54.9시간에서 2.2시간으로 줄었다. 월평균 근로일수는 23일로 유지됐다. 연장근로수당은 줄었지만 월평균 근무일수가 늘면서 노동자 1명당 인건비는 최저임금 기준 20만원가량 증가했다.

노사정 대화에서 빠진 ‘교대제 개편’

이재명 정부가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생활 균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S그룹 사례처럼 교대제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회의에서 노동계는 교대제 개편을 의제 중 하나로 올렸다. 추진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실노동시간 달성을 목표로 △포괄임금제 금지 △연차휴가 활성화 △노동생산성 제고 △고용률 향상 △일·가정 양립 등 국정과제에 포함된 주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근무제도 개편 역시 필수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추진단에 참여하는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재도 2조2교대나 24시간 맞교대가 여전히 많은데, 이는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 중 35.1%가 교대제 사업장이다.

저임금 장시간 교대제, 초과근로 당연시

교대제를 짚어야 하는 이유는 일부 교대제가 초과근로를 전제로 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제조업·서비스업 등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업종은 연장·휴일근로가 상시화되하기 쉽다.

실제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에 맞춰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2조2교대제나 3조2교대제가 일반적이다. 2022년 금속노련이 회원조합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하 73개 사업장 중 2조2교대제를 운영하는 곳이 38%, 3조2교대제는 15.1%였다.

2조2교대제는 2개 조가 주야를 번갈아 하루 12시간씩 5일간 일한 뒤 이틀을 함께 쉬고, 그 다음주에 주야 근무를 맞바꾸는 형태다. 3조2교대제는 2개 조가 주야간 근무를 이어가는 동안 1개 조가 휴식하는 구조로, 하루 근무시간은 마찬가지로 12시간이며 새벽까지 장시간 노동이 이어진다.

3조3교대제(14.1%)는 조간·주간·야간조가 순환하는 방식으로, 점차 노동시간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주 40시간을 넘는 주 48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특별근로까지 더해지면 주 52시간 근무에 도달한다.

교대제 장시간 구조의 배경에는 낮은 시급이 있다. 사용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급을 낮게 유지하고, 노동자는 임금을 보전하려고 가산수당이 붙는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속노련 조사에 따르면 회원조합 정규직 평균 시급은 2022년 기준 1만3천494원, 비정규직은 9천392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흥공장을 방문해 “왜 3교대를 하지 않고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느냐. 임금이 낮아 8시간만 일하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SPC는 2조2교대제에서 3조3교대제로 전환했다.

‘주간연속 2교대, 4조3교대제’
임금보전 전제로 노동계 도입 요구

결국 실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금삭감 없는 교대제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연속 2교대제와 4조3교대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우상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교대제 개편과 임금산정방식 간의 관계 연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와 4조3교대제는 연장근로를 억제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 내외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야간근로를 폐지하고 하루 8시간씩 주간만 두 교대로 운영하는 형태이며, 4조3교대제는 기존 3조3교대제에 1개 조를 추가해 휴식시간을 늘리는 구조다.

우 연구위원은 “정부는 월급제 친화적인 교대제를 우선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교대제 사업장을 월급제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주간연속 2교대나 4조3교대제를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월급제 전환 컨설팅을 지원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언했다.

비용 부담은 숙제로 남는다. S그룹 교대제 개편 컨설팅을 맡은 권준희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우광)는 “교대제 개편은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 장기근속 유도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4대 보험료와 퇴직연금까지 합산하면 인건비가 약 6.6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PC는 교대제 개편으로 연간 3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했다. 과거 대공장 노사는 생산성 유지를 전제로 주간연속 2교대로 개편하며 임금보전을 위한 고정OT수당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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