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초기업교섭을 고려하지 않은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두고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 통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시행,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 교수들은 하청 노조들이 업종과 근로조건 등의 유사성을 고려해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단위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원청-하청 ‘하나의 사업장’이냐 ‘다른 사업장’이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조가 두 개 이상인 경우 교섭에 나설 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들여온 제도로 사용자의 교섭 편의와 효율을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제도가 초기업교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 노조법 2·3조 시행을 앞두고 ‘사업 또는 사업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해석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해석에 따라 초기업교섭이 막힐 수 있다.

해석은 크게 두 가지다. 원청사업과 하청사업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해석, 원청사업과 하청사업이 각각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보는 해석이다. 원청사업과 하청사업을 하나로 보면 초기업교섭이 어렵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하청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사내하청지회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하청 노조는 원청 노조 조합원보다 규모가 적어 교섭대표노조가 될 가능성이 떨어진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원·하청노조를 합쳐서 초기업교섭을 하려 해도 불가능하다. 하청 노조의 교섭 참여도 어렵다. 하청 노조가 원청사용자와 교섭하려면, 원청 노조와는 교섭 의제가 다르다며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 해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원청사업과 하청사업을 각각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2022년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해석의 판정을 했다.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한 판정에서 중노위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 공통성을 기반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야 하는 교섭단위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하청사업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가 하청사업이라는 교섭단위에서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면 노조법에서 요구하는 단일화 의무를 충족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차를 걸쳐 확정된 교섭대표노조는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는 원청사용자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 노조법 취지는 초기업교섭 “걸맞게 제도 바꿔야”

학자들은 개정 노조법 취지에 초기업교섭도 포함된 만큼 그에 맞게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향성은 교섭단위 통합을 유도하는 제도 도입으로 모아졌다.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섭 비효율은 노조 역시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하청 노조도 교섭단위 통합 신청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려 노력할 것이 예상된다”며 “국가는 이들의 판단을 존중하되, 자발적 창구 단일화 및 교섭단위 통합을 유도하고 촉진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 간 창구단일화를 거부할 시 노동위원회가 판단을 내려 공동교섭이나 개별교섭을 결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봤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하청 노조가 개별로 원청사업자와 교섭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다른 결론으로 합의하는 것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공동교섭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결정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다만 개별교섭을 하는 경우라도 특정 노조 간 합의가 이뤄졌다면 다른 노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실질 교섭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통합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조법 개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노조법 개정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봤다. 법안은 △산업·업종이 유사하거나 △근로조건이 유사하거나 △노조 조직형태가 유사하거나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거나 △교섭관행이 비슷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당사자 혹은 고용노동부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 통합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 중노위의 결정기준과 절차 등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는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교섭단위 통합제도가 필요하다”며 “근로조건 통일, 격차 해소, 기업 간 공정경쟁 확보, 근로자 지위 개선이라는 필요성과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이 참여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노동포럼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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