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선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1. 사안의 경위

A와 B는 이 사건 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에서 물류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제 근로자다. A는 2020. 12. 1.에, B는 2021. 6. 1.에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해 만 2년을 꼬박 일했다. 회사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3개월, 9개월, 12개월 단위로 근로계약 갱신평가를 시행하고, 24개월째 근무하는 달에 무기계약직 전환평가를 실시해 계속 고용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A와 B는 1차, 2차 갱신평가는 무사히 통과했지만, 공개적인 노동조합 활동 이후 치러진 무기계약직 전환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전환거절 통보를 받았다.

먼저 A의 경우를 살펴보자. A는 1차 갱신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2021. 3. 1. 회사와 9개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중 2021. 6. 6.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됐고, A는 부천분회 분회장직을 맡아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A는 2021. 11. 이뤄진 2차 갱신평가에서 앞선 1차 평가와 정량평가 부분에서는 동일하게 만점을 받았으나, 정성평가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해 79점을 받았다. 갱신평가 기준에는 충족하는 점수였으나, 공개적 노조 활동을 개시한 직후 정성평가 점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A는 결국 무기계약직 전환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1점을 받아 탈락했고, 2022. 11. 30. 계약종료로 해고됐다.

B의 경우도 유사하다. B는 1차 갱신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5점, 2차 갱신평가에서 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B는 2022. 6.경부터 공개적인 노조 활동을 개시하였는데, 석연찮게도 그 이후 치러진 무기계약직 전환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69점을 받아 전환거절 통보를 받았다. 공개적 노조 활동을 개시한 이후 점수가 약 25점 가량 떨어진 셈인데, 특히 정성평가에서 50점 만점에 29점을 받는데 그쳐 하락폭이 컸다. 이로 인해 B 역시 2023. 5. 31. 계약종료로 해고됐다.

A와 B는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다투는 과정에서야 회사가 제출한 평가표를 보고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항목별 점수를 알게 됐다. 회사가 밝힌 감점 사유들은 모두 노조 활동과 직접 연관돼 있었다. A의 경우,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받은 징계와 쟁의행위 기간 중 본사 농성 참여 사실이 감점의 사유로 제시됐고, 심지어 관리자에게 노조 활동이라는 사유를 밝히고 승인을 받아 조퇴한 횟수까지도 감점 사유에 반영됐다. B의 경우, 쟁의행위로 행한 노조 조끼 착용을 둘러싸고 보안대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받은 징계와 쟁의행위 기간 중 본사 농성 참여 사실이 감점의 사유로 제시됐다. 무기계약직 전환평가를 통과하려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회사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에서 중복 감점을 반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감점 사유 중 하나만 인정되더라도 80점을 넘기 힘들 정도로 큰 감점을 했다.

2. 노동위원회의 판단

중앙노동위원회는 A와 B의 무기계약직 전환기대권은 인정했지만, 그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A의 경우 그 감점 사유가 타당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A의 적극적인 노조 활동 시기와 A에 대한 전환 거절이 같은 해에 이뤄졌다는 사정, 무기계약직 전환평가에서 감점 사유가 행위 중 일부가 노조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사정, 그간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 관계나 회사의 노조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A에 대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감점 사유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정성평가는 사용자나 평가자의 고유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서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며, 다른 근로자와 달리 B에게만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자의적으로 불리한 평가기준을 적용한 것은 아니므로 전환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지도 않다고 봤다.

3. 법원의 판단

반면 법원은 위 재심판정을 취소하고, 회사의 A와 B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회사가 A가 노조 활동을 위해 조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를 승인하였으면서도,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그 조퇴 사용을 근태 부분에서 감점 사유로 반영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A가 조퇴를 사용하고 수행한 조합원 교육, 피케팅, 현장순회 등과 같은 업무는 근로자들의 고충처리나 산업안전관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사용자의 이익과 완전히 배치되는 활동이라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B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 회사의 전환평가 기준이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정성평가의 비중을 지나치게 확대한 점, 정성평가 항목 간 구분이 모호하고 자의적인 점, 징계 등을 부당하게 중복으로 반영해 그 감점 폭을 자의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근로자가 매우 경미한 비위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견책 등 낮은 수위의 징계처분을 내려 무기계약직 전환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B에 대한 전환평가 역시 동일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감점이 이뤄진 것이므로, 그 평가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법원은 A와 B의 해고가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A와 B의 노조 활동과 직접 관계된 사유에서의 이중감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평가의 기저에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자와의 갈등이 그 구체적인 원인이나 위법성의 경중을 불문하고 ‘사규 위반’ 또는 ‘경영활동 방해’에 해당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봤다. 또한 쿠팡물류센터지회와 회사 간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발생했고, 회사가 노조 간부 다수를 상대로 징계와 해고처분을 했으며,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노조 간부들 다수의 이름이 등재됐다는 점도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하는 사정이라고 보았다.

4.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 판단에 있어, 회사가 일방적으로 설정해 둔 기준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면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는 것만으로는 평가의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 평가 기준 자체가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적극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쿠팡은 원고들에 대한 정성평가에서 구체적인 평가 근거 없이 ‘보통’으로 평가하거나 ‘우수’ 구간의 최하점을 부과했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쿠팡의 전환 평가는 정성평가에서 ‘보통’으로만 평가되더라도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을 받아 전환 대상자에서 탈락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불이익한 평가에 해당해 그 근거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 기준에 회사의 반조합의사 등이 반영돼 사실상 노조 활동에 관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사용될 여지는 없는지까지 판단했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 판단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 법원은 설령 부당해고를 인정하더라도, 그 해고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를 혐오하는 발언이나 노조탈퇴종용 등이 담긴 내부 회의록이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쿠팡과 같은 대기업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노조으로서는 명백히 노조혐오의 결과로서 노조 활동가가 해고당하더라도 그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 김상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김상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은 원고들의 전환 거절 사유들이 대부분 노조 활동과 직접 관계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간 쿠팡이 자행해온 수많은 노조 탄압 사례들, 단체교섭 해태, 일용직 블랙리스트를 통한 재고용 차단 등 간접 사정들을 바탕으로 쿠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했다. 이처럼 실제 사측이 행한 노동조합 탄압 사례 등 간접사정을 종합해 부당노동행위를 추단하는 판단은 현실에서 치밀하게 벌어지는 부당노동행위의 현실과 실질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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