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 5사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발전사 노조들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합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별도의 대화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각 발전사 5개 노조들은 지난 19일 대전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전사 통합과 관련한 입장을 나눴지만 원칙적으로 통합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전력연맹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도 재편안이 나오지 않아 여러 시나리오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토하고 고려할 내용이 많아 입장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 뒤 신속 추진

발전사 구조조정은 신속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며 통폐합을 거론한 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TF가 만들어졌고, 발전공기업이 통폐합 1순위 대상으로 지목됐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방식과 규모로 결정할지 조기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는 ‘신재생발전공사’와 같은 발전공기업을 신설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화력발전소나 LNG발전 중심으로 역할을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명확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수만개 이상 소규모 발전원을 기반으로 생산지 인근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구조다.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전국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현 전력 체계를 벗어나야 한다. 기존 대규모 전력 공급시스템의 상징과도 같은 한전·발전자회사의 역할은 물론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노동자들도 발전 5사 통합을 주장해 왔다. 노동자들은 애초 한 몸이었던 발전사를 쪼개놓으면서 발전사 간 출혈 경쟁만 가속화하고 산업전환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애초 한국전력공사와 한 몸이었다. 한전이 발전·송전·배전·판매 같은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2001년 바전 부문을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분할하고, 한전과 발전사 사이에서 전기계통을 중개하는 전력거래소를 설립했다.

노조와 대화 없이 갑작스레 진행
기존 대화체서는 논의 어려워

문제는 통합이 갑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과의 대화 절차가 없었다. 전력연맹은 지난달 성명에서 절차적 과정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발전사 5개 노조가 모여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간담회에서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발전사 통합을 논의할 새로운 대화체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현재 발전사 노동자들과 정부 간 대화체가 존재하긴 하지만, 성격상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또 다른 대화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구조 개편을 다루고, 발전사업 고용안정 협의체는 정비 업무의 하청 구조를 다루고 있어 발전사 통폐합을 논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발전사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법인세·지방세가 적지 않아 지방 재정에 미치는 파장이 커 지자체 반발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은 “발전사 통폐합은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게 있는 만큼 노조와 지방자치단체 등까지 포괄하는, 현재와는 다른 협의체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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