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11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공공기관 민주적 혁신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파업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엄길용)가 정부에 공공부문 노정교섭을 요구하며 17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총인건비제·구조조정 지침 등 공공성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민주화 하겠다더니 또 구조조정”

노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민주적 혁신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엄길용 위원장은 “대선에서 공공부문 초기업교섭과 공공기관 민주적 운영 혁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이 등장했다”며 “하지만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성장 전략에는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는 낡은 프레임이 반복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연기가 될 위험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공공부문 공약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 위원장은 “지난 7월 정부에 의제와 범위를 열어놓은 노정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지만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며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명시된 ‘공공부문 초기업교섭’을 지킬 것인지, 파업대오 깃발을 마주할 것인지는 이재명 대통령 답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노조는 공무직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등 공공부문 노정교섭을 이행하고 총인건비제와 같은 불합리한 정책들을 시정하는 민주적 운영 방안을 시행하라고 했다. 현장에 인력을 충원하고, 이전 정부에서 완성하지 못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완성하고, 윤석열 정부 때 추진된 성과급제·구조조정(혁신가이드라인)지침도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자율교섭? 총인건비로 손발 다 잘라놔”

이날 기준 쟁의권을 확보한 사업장은 부산지하철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통합지회·운영통합지회,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철도고객센터지부 등이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발전HPS지부·금화PSC지부·일진파워노조 등 발전사 하청노동자들도 파업을 눈 앞에 뒀다.

또 이달 안으로 쟁의권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경북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분회·충북대병원분회 등 국립대병원 노동자와 서울교통공사9호선지부, 국민연금지부, 서울교통공사노조, 철도노조, 가스안전공사노조 등이다. 쟁의권을 얻었거나 얻을 예정인 사업장의 조합원 수는 최대 10만명에 이른다.

15일 의료연대본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조 파업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16일에는 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총파업 대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동자를 포함한 전국 공항노동자는 19일 파업대회를, 발전비정규직은 26일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총인건비제·인력부족 등으로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박경득 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파업을 예고한 국립대병원은 노사가 합의한 인력을 기획재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충원하지 못하거나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정식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지하철은 24시간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초과근로수당을 총인건비 제한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사가 교섭은 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손발을 모두 잘라놓고 교섭을 하라 하니 교섭에 진척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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