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농성 600일 만에 땅을 밟았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끝낸 박 수석부지회장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가 최종 목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수석부지회장
“정부와 국회에서 문제 책임지고 해결해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29일 오후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 앞에서 열린 ‘정부의 옵티칼 노사교섭 개최 약속·먹튀방지법 약속 선언 및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에서 크레인을 통해 회사 옥상에 있던 고공농성장에서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승리해서 내려온 게 아니고, 아직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저희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강을 챙겨서, 더 열심히 투쟁해 꼭 승리해 여러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관심을 쏟고 연대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1년8개월간 고공에 있다가 땅으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투쟁에 항상 함께해 주는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힘든 중에도 즐거운 날도 있을 수 있었다, 두 다리로 내려올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지회장은 이후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정·대, 기자회견장 참석해
노사 교섭과 외투기업 규제입법 추진 약속
박 수석부지회장이 장기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던 이유는 정부·여당·대통령실의 약속을 받아냈기 떄문이다. 지회는 전날 정부·여당과 대통령실로부터 노사 교섭과 외투기업 규제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정부·여당·대통령실은 이를 다시 한번 약속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진력을 다하라 지시했다”며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은 이제 끝내고, 노사 교섭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일자리 하나 지키기 위해 온 나라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쫓겨난 노동자들은 600일간 나라가 없었다”며 “노조와 시민사회, 시민 여러분들께 정부를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먹튀기업들이 노동자를 팽개치는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해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 노동계가 모인 TF를 꾸리고 고민하며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배진교 대통령비서실 국민경청비서관은 “정부·여당과 함께 논의해 왔고, 문제가 정상적으로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대통령께 제대로 보고하고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한국옵티칼은 2003년 토지 무상임대 50년,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등 막대한 지원을 받고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설립해 2004년부터 가동했다.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불탄 뒤 한 달 만에 법인 청산을 결정했고, 희망퇴직을 실시해 노동자 100여명을 내보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는 모두 해고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 7명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국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니토덴코는 이들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