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에서 굴착기 붐(Boom)과 암(Arm) 용접 등을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과 투쟁 끝에 노사합의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HD현대건설기계 사쪽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원고 대표가 20일 서명한 합의서를 보면 회사는 원고들(25명)을 2026년 1월1일자로 고용하며, 직무와 배치는 회사의 인력운영 계획 등을 고려해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또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등 금품의 대상과 범위는 하급심 판결에 따르기로 했다.
노사가 합의를 이르게 된 데에는 항소심 재판부가 사쪽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HD현대건설기계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에 이어 올 5월 2심 재판부도 모두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 이후 소송 제기자들이 원청에 교섭테이블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6월 원청이 응해 실무 논의와 공식 협의를 진행했다는 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의 설명이다.
지회는 △사내하청지회가 교섭의 주체로 참여 △불법파견에 대한 대표이사 사과 및 홈페이지 게시를 요구했지만 원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안에 담기지 못했다. 이병락 지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에도 원청은 하청 노조를 교섭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라며 “공식 협의가 시작된 이후에도 지회를 교섭의 주체로 삼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관철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합의로 5년간 이어진 지회 불법파견 투쟁은 일단락됐다. 지회는 이날 근로자위확인 소송을 취하했고,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앞 천막농성장도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다. 앞서 HD현대건설기계 사내협력업체 서진이엔지는 2020년 8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폐업했다.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근태관리를 했다며 원청이 직접고용해 고용승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해 12월 HD현대건설기계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원청이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2021년 3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 2020년 8월24일자 2면 “현대건설기계 불법파견 정황, 노동부 조사 착수”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