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경북 청도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노동자 7명이 치여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결산 심사에 착수했다. 노동부가 지난해 세금·기금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평가하는 절차다. 그런데 결산을 논의하는 환노위 전체회의는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선로 주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열차에 치인 사고로 쟁점이 형성됐다.

“코레일은 정부 소유, 오너는 이재명 대통령”

환노위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부·환경부의 지난해 결산을 상정해 논의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결산 제안설명 전 경북 청도군 철도사고와 관련 “안전한 일터를 위해 나름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어제 철도사고를 막지 못해 국민들께 너무 송구하다”며 “면목이 없다. 제가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2명이 숨지고 5명(원청 1명·하청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작심한 듯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우재준 의원은 “코레일의 지분 100%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오너가 이재명 대통령 아니냐”며 “이재명 정부는 기업에게 산재예방은 오너의 책임이다, 이런 식으로 면허취소를 시키고 기업을 완전 폐업까지 시키겠다고 하는데, 본인들 책임에는 한없이 관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에게 “(정부는) 자진하야 정도의 각오를 하고 있냐”고 물었다.

조지연 의원도 “산재 발생 기업을 압수수색하는 잣대로라면 코레일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거냐”고 질의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조 의원은 이어 “윗선을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죽음 당하고 난 다음에 처벌하는 것, 누구를 징역 살게 하는 것 그건 너무 쉬운 조치”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더욱 안전한 철도, 더욱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진하야와 관련해서는) 제가 답할 내용은 아니다”고 했다. 또 “코레일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밀양 인근을 완전히 통제하고 일상적인 유지보수업무도 중단했다”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묻게 돼 있는데, 국토부 장관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 감독기관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했다.

여당·진보당 “더 안전한 일터 만들어라”
윤석열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 집중 질책

여당은 질책보다는 대책에 강조점을 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산업안전 보건정책의 기조는 처벌 만능이 아니라 예방을 통해서 미연에 방지하되 결국 사고가 났을 때는 엄중하게 처벌해서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에게 “산업재해 사건을 쫓아가고 메시지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장관은 “9월 중에 범정부 대책을 마련해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일터안전을 화두로 꺼내며 “쿠팡 물류센터에 아침에 갔는데 34.8도였다. 쿠팡이 온열질환 예방을 하고 있는지 노동부가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노동인권과 관련 없는 강의안을 만들고, 전문위원 중 상당수를 지인으로 등용한 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을 언급했다. 이용우 의원도 공인노무사 시험 오류 은폐 의혹을 받는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과 관련 노동부에 “(공단 감사 결과를) 지켜볼 게 아니라 직접 나서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일반·특별회계 96.3%, 기금 98% 지출

이날 상정된 노동부 결산은 환노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 27일께 회부된 뒤 다음달 1일께 다시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는 소관기관의 결산 항목에 징계·시정·주의·제도개선 등의 조치를 부여할 수 있다. 매우 부적절하게 사용된 예산이 있으면 감사요구를 하기도 한다.

노동부 세입·세출 및 기금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동부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에서 총 5조9억336억원을 편성했고, 이 중 5조7천121억원을 지출했다. 96.3% 규모다. 노동부 소관 5개 기금(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 임금채권보장,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근로복지진흥)에서는 사업비로 총 29조4천99억원을 편성했고, 이 중 98%인 28조 8천348억원을 지출했다.

김영훈 장관은 제안설명을 통해 “노동부는 예산과 기금을 토대로 청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확대했다”며 “부모 육아지원 확대, 장애인·중장년·저소득 근로자 등 지원 강화, 중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역량 제고 재정 지원 확대 등을 노력했다. 지적해 주는 사항을 귀담아 듣고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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