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법학회 주최로 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제2·3조 개정의 함의와 과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점쳐지는 가운데, 노조법 통과 이후 시급한 과제는 유예기간 동안 현행 원·하청 교섭제도 손보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기업별 노조의 교섭을 전제로 만들어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노조법 개정안의 목적 중 하나인 원·하청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섭창구 단일화와 사용자 지위
현 제도에서는 함께 살펴야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노조법 개정안 시행 유예 기간 동안 고용노동부 등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에 중지가 모아진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을 경우, 사용자와의 교섭을 하나의 창구에서 진행하도록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게 하는 제도다. 교섭대표노조를 사업장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하면 과반수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진다.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동의하면 개별교섭을 할 수 있다.

현 제도 설계의 문제는 사용자 지위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 거론된다. 사용자 지위는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넣거나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 따지게 된다. 따라서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단체교섭은커녕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조차 진행되기 어렵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사용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교섭 절차만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청이 개별교섭을 할 경우 한 하청노조의 교섭사항을 다른 하청노조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제별로 일일이 교섭을 해야 하는 비효율이 예상된다.

노동위원회에서 ‘원스톱’으로
신속 교섭 이룰 필요 있어

신속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섭절차 내에서 사용자 지위 조정과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노동위원회 역할론이 제시된다. 노동위원회가 중재해 사용자 지위, 교섭사항, 교섭단위, 교섭방식을 한 번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위원회 결정은 중재와 같은 효과를 부여해 소송에 의한 절차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교섭절차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초기업 교섭모델 방식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동교섭단위, 연계(결합)교섭방안, 공동교섭단 방안, 교섭단위 분리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사용자의 의무와 범위, 세부적 교섭절차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공동사용자 책임과 의무, 노사의 의사결정 절차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노조법 개정안 관련 초기업교섭 이야기를 하는 건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해소를 하자는 것인데, 창구를 만들어 따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당초 의도와 맞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고 원하청을 묶으면 교섭은 원청 노조가 가져가게 돼 당초 의도와 멀어지게 돼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이승욱 교수는 “법적으로도 공동교섭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법시행 이전에는 최소 6개월 늦어도 1년 법시행 이전까지 고용노동부 등에서 다양한 초기업 교섭모델을 개발해서 시범적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노조법 개정안 통과는
끝 아니라 시작, 계속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노조법 통과 이후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 갈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권오성 교수는 “법을 추진한 분들의 과도한 기대가 걱정이다”며 “현실적으로 (개정안 통과 이후 교섭은) 사법화돼 법원으로, 소송전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국면은) 단막극이 아니다. 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며 “어떤 방향으로 (원·하청 교섭을) 풀지에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승욱 교수도 “개정안은 본격적인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동법학회가 주관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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